False Alarm

Diary 2009. 8. 23. 19:21

새벽 두시가 되어서 겨우 잠들었는데, 세시쯤 화재경보 소리에 놀라서 일어났다. 
 
화재 경보가 울리고 5분도 채 안되서 소방차 두대가 요란하게 달려왔다. 
이번에도 분명 오경보 일텐데... 밖으로 피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시하자니 일말의 가능성이 가슴을 벌렁이게 하고... 설핏 자서 일어나니 머리도 무겁다. 
결국 얼마 후, 창밖으로 소방차가 조용히 돌아가는 것이 보이고, 요란한 경보음은 30-40분을 더 울리다가 겨우 잠잠해졌다.

나는 다시 잠이 안온다.

 작년 6월, 이 아파트에 들어온 첫날. 제대로 된 이불하나 마련되지 않아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잠들었을 때도 오늘처럼 새벽의 정적을 찢는 요란한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어리둥절해 하다가 화재 경보임을 깨닫고는 6개월된 아이를 업고 계단을 통해 아파트 밖으로 나갔었다. 밖에선 이미 몇몇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서 있거나 아직 잠이 덜 깬 모습으로 계단에서 졸고 있었는데, 분위기를 보니 비상사태는 아닌듯 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그들과 함께 소방차가 돌아가고, 경보음이 멎는 것을 지켜본 후 다시 집으로 들어가 떨면서 잠을 청했다. 신고식을 제대로 한거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그땐 지금과 전혀 달랐다.

아마 친구를 만나서 밤 늦게까지 놀다가 마지막 전철을 탔고, 다시 환승을 할 수 있을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전철(확실히 마지막이 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꽤 모여있는 것을 보면 분명 환승해야 할 그 전철이 끊긴 건 아닐터라 안심이 되었다. 그렇긴해도 약간은 초조하게 전철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렸다. 그 긴박한 소리를 들으니 빨리 지하철 역에서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대피 해야할 것 같은데, 누구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그 경보음을 나 혼자 듣고 있는 것처럼....  갈등이 생겼다. 
이 경보음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해야겠는데, 그걸 확인하려면 계단을 오르고 또 걸어서 직원이 자리하고 있을 매표소까지 가야하고.... 그동안 전철이 지나가버리면 낭패가 아니던가.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지하철 내 긴급전화번호를 찾아내어 화재경보의 정체를 확인했다.  역시 오경보였다. 
사람들은 그게 오경보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귀찮은 상황(마지막 전철을 놓칠지도 모른다는)이 그 경보가 잘못된 것이라고, 근거없이 확신하게 만든 결정적 조건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위급한 상황이니 피하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빠져 있어서? 어쨌든 그게 정말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경보였다면, 얼마나 어이없게 피해자가 되고 말았을지... 상상만해도 참 어이 없었다. 뭐가 되었든 위급한 상황에 기민하게 대피하는 건, 그게 오경보라해도 안전을 위해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시끄러운 경보음 대신 사람의 육성이 들어가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내년엔 제발 아파트 화재경보기가 잘 못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혹시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더라도 속는 샘치고 재빨리 대피해야 할 것 같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Give up your seat  (0) 2010.01.09
중반에 들어서다  (0) 2009.11.02
H 마트  (0) 2009.09.28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0) 2009.08.14
위로  (0) 2009.08.04
Posted by emptyro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