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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생충판 견우와 직녀>

emptyroom 2010. 7. 4. 01:22

 

기생충판 견우와 직녀
미국 아리조나 사막에는 Spadefoot toad라는 두꺼비가 살고 있다. 물 없이 살 수 없는 양서류가 어떻게 사막에 살고 있을까. 이 두꺼비는 일년의 대부분 을 땅 속에서 잠을 자며 보낸다. 그리고는 비가 오는 단 하루 동안 몸무게에 30%가 넘는 양의 먹이를 먹어 긴긴 가뭄을 날 채비를 갖추고, 몬순 때문에 생 겨난 웅덩이에 모여 짝을 찾는다. 만약 사막에 비가 내리지 않는 해가 있다 면, 땅 속에 죽은듯 잠든채 다음 해를 기다리는 그런 두꺼비다. 이런 스페이 드발 두꺼비의 생활 자체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두꺼비 안에 살아가 는 기생충이 있다는 것.
30% 이상의 스페이드발 두꺼비에서 발견되는 이 흡충(Pseudodiplorchis americanus)은 두꺼비의 방광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간다. 이 기생충이 다른 숙주를 찾아 번식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두꺼비가 웅덩이에 모여 짝을 찾 는 그 시간 뿐이다.
빗방울이 땅을 때리며 둔중한 울림을 만들어 내면 두꺼비가 기지개를 편다. 두꺼비가 잠에서 깨어 짝을 찾기 위해 흥분하기 시작하며 몸 속에 돌기 시작 한 호르몬의 폭풍에 기생충도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이미 어미 흡충의 자궁 에서 알을 깨고 나와 다른 숙주로 옮겨갈 준비를 마친 유충들이 같이 꿈틀대 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두꺼비가 웅덩이에 머 무르는 시간은 서너시간에 불과하다. 만약 유충을 너무 일찍 낳아버리면 웅덩 이로 가는 와중에 오줌에 씻겨 나갈테고, 너무 늦게 낳으면 두꺼비 한마리 없 는 웅덩이에서 말라 죽어 버리고 말 것이다. 어떤 용한 재주를 부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흡충은 두꺼비가 웅덩이에 도착한 정확한 타이밍에 유충을 낳 기 시작한다. 두꺼비 몸 밖으로 탈출한 유충들은 이제 먹지도,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헤엄쳐야 한다. 만약 다른 두꺼비의 콧구멍에 파고들지 못하면 그대 로 말라죽어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는 두꺼비로 바글바글한 웅덩이 처럼 보이지만 웅덩이 안에는 두꺼비 숫자의 수만배는 될 유충들로 들 끓고 있다.
운 좋은 몇마리의 유충이 두꺼비 콧구멍에 안착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들 의 천로역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콧구멍에서 방광까지의 머나먼 여정 이 남아있다. 타고난 양분을 불태우며 끝없이 헤엄쳐 숙주에 도달한 유충들 은 두꺼비의 혀 아래로 이동해 피를 마시며 기운을 차린다. 여기서 피를 마시 며 유충들은 자신들을 보호해줄 작은 주머니를 만들기 시작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위와 장을 지나 방광에 도달해야 한다. 폐에서 준비한 주머니는 위와 장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위산과 분해효 소에서 유충을 지켜주는 점액질이 담겨있다. 이 보호막을 뒤집어쓰고 전속력 으로 내장기관을 질주해 불과 몇분만에 방광에 도달한다. 그리고 잠자는 숙 주 안에서 조용히 피를 빨며 다음 세대를 준비해 나간다. 일년에 비가 억수 같이 내리는 두세시간이 다른 숙주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의 전부. 이야말로 기생충판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아닐까.

 '사막에 사는 두꺼비와 흡충은 어쩜 이렇게 힘들게 살아남아서 번식하는 걸까?.' 라고 말하면  너무 인간 중심적인 발언인가? 자기들은 그게 일상일텐데....  아무튼 펭귄들만 힘든게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