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근처에 있는 화방에 놀러갔다가 마블링 물감이 보여서 집어들었다.
수채화 물감은 물에 떨어뜨리면 쑥 가라 앉으면서 물이랑 섞이고 마는데, 마블링 물감은 유성이면서도 유화 물감처럼 되직하지 않고, 기울이면 슬슬 흐를만큼 묽어서, 물 위로 둥둥 뜬다.
그걸 입김으로 불어 우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종이에 쏙 건져내는 것이 바로 마블링.
사이좋게 바람을 만들고 있는 아빠랑 소율이.
소율이랑 나는 문구점에 놀러가는 걸 좋아한다. 뭐 재미난거 없나 한참을 구경하곤 하는데, 집 근처에 있는 문구점에서 이렇게 멋진 가면을 발견한 것이다. 반제품 종이 가면! 하나에 1500원을 주고 샀는데 크레파스로 색칠해도 좋고 물감칠도 문제 없고... 아주 맘에 든다. 언제 다시 한번 가서 몇 개 더 사두어야지....
물감을 불어서 대충 모양을 만들어 놓고 이렇게 살포시 위에 얹어주면 예쁜 모양이 그대로 찍혀나온다.
종이가 물감을 빨아들여 그대로 찍어내는 것이 참 신기하다.
소율이도 숨죽여서 가면을 물 위에 얹고 있다.
내가 자리를 떠난 뒤에도 소율이가 또! 또!를 외쳐서 아빠랑 소율이가 더 많은 작품을 건져냈다. 사진은 이 정도에서 그쳤지만...
마블링 하는데 한 가지 주의할 점.
우리가 사용했던 것과 같이 연한 색깔의 플라스틱 통에 마블링 물감을 뿌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얼핏 예상은 했었지만, 마블링 물감이 이렇게 안지워질 줄 몰랐다. 한번 플라스틱에 붙어버린 유성물감은 아무리 세제를 묻혀 빡빡 닦아도 소용이 없더라. 스테인레스스틸로 만들어진 그릇을 쓰든지, 버려도 아쉬울 것 없는 물통을 이용해야 후회가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