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홍차가 이곳에 도착한 때부터 시작된 휴일의 분위기를 마무리하려고 학교에 나왔다. 집에 있으면 책상에 차분히 앉아있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서 뭐라도 적는게 오늘의 목표다 ( 아니다 뭘 좀 써야한다... 휴가 내내 일을 너무 놔버렸다 ㅠ.ㅠ)
그야말로 오디오북과 영화, 드라마로 가득찬 연휴였다.
오디오북은 이것 저것 찔러보다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녹나무의 파수꾼', '녹나무의 여신'(히가시노 게이코), '좋아한다는 거짓말'(허진희), '스토너'(존윌리엄스)를 끝냈다. 대체로 오디오북은 집안일을 하면서 듣기 때문에 가벼운 내용을 선호하지만, 간혹 한 문장 한 문장을 초 집중하면서도 계속 듣게 되는 책을 만난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 그런 책이었다. 귀로 듣으면서도 잘 쓰여졌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라, 필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지만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이런 오디오북들 덕분에 어제까지 딸기쨈도 만들고 김치도 담궜고 비빔밤 재료를 모두 만들었다!
영화로는 'Strranger Things', 'Maze Runner' 시리즈를 모두 보았다. Stranger Things는 몇 달을 기다렸다. 지난 여름, 이곳에 이사오기 전부터 '크리스마스에 마지막 에피소드가 나온다!'를 매번 외치던 둘째! 셋째 아이.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으면 애써 알람을 누르고 기다리는 시간을 짧게 만들려는 나와 달리, 아이들은 날마다 그걸 상기시키며 손꼽아 기다린다. 아이들 덕분인지 Stranger Things를 보는게 더 특별했다. 캐릭터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게 너무 스트레스풀하지만 마지막에 언제나 아름다운 결말이 있다는 걸 아니까... 역시 그간 꾸준히 쌓아온 스트레스를 잘 해소해주는 훌륭한 결말이었다. 'The Wind In the Willows' 'Wallas and Gromit' 는 이맘때쯤 다시 보는 영화. The wind in the willows 는 인트로 음악만 들어도 향수가 밀려온다. 내가 어렸을적 보았던 영화는 아니지만, 큰딸이 어릴때 보고 또 봤던 영상이라... 아이들은 Toad가 엄마랑 똑같다고 말한다. 뭐 좋다, 나도 Toad가 제일 좋으니까. 예전엔 Toad 같은 캐릭터가 눈엣 가시처럼 느껴졌는데, 이젠 그런 것들에게 애정이 생긴다랄까. 신기하다. 내가 어릴땐 마냥 착하고 힘이 세고 중심이 되는 도덕책의 전형을 좋아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주변 것들을 좋아한다. 그 점이 정말 맘에 든다.
Knives out, Enola Homes ( stranger things 로 이 배우를 눈에 익힉 후에 봤더니 느낌이 새롭다) 같은 탐정물도 우리 가족 무비. 아! 플랭킨슈타인도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각 인물이 원작보다 조금 단순하게 그려지긴 했다). 'Once upon a Crime' 이라는 일본영화는 왠지 into the woods가 떠올라서 내가 보자고 제안했는데, 중간에 내가 먼저 내뺐다가 다음 날 볼게 마땅찮아서 다시 봤다. 뭔가 신데렐라를 어설프게 빌런으로 설정해 놓았다가 뒷처리를 잘못한 것 같다.
애들이랑 같이 보니 SF나 스릴러, 환타지 그리고 탐정물만 보게 된다. 아이들이 멜로드라마를 너무 싫어하니까... 아니면 이 장르를 '함께' 보는걸 싫어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래서 K-드라마는 언제나 혼자 본다. 이번엔 '폭군의 쉐프'를 보았다. 요리하는 장면을 언제부터 즐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요리는 관심도 없고 적성에도 안맞는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삶의 중심 가까이에 있다. 12편을 4-5일만에 끝내느라 눈이 다 아프다. -.- 이제 한 동안 드라마는 안볼테니까 괜찮아.
새해엔.... 이사와서 놓쳐버린 운동 루틴(수영, 요가/필라테스, 웨이트)을 되돌리고 간단하나마 건강한 음식을 꾸준히 제공하는게 목표다. 핸드폰 최소한으로 사용하기도!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다. 지난 학교에서는 의뢰인들의 프로포잘을 혼자서 읽고 분석하고 결과를 넘겨주는 일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엔 그야말로 컨설팅에 방점이 찍히는 느낌이다. 내가 직접 통계분석을 하기 보다는 의뢰인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그래서 교수 보다는 학생들을 더 많이 상대하고). 문제는 즉흥적으로 연구계획을 듣고 필요한 것들을 조언 해줘야 하는데, 영어가 나의 모국어가 아니다보니 생소한 분야를 듣고 이해 하는게 힘들더라. 그래서 당황하다보면 더 생각이 안나고.... 그런데 이 일을 10년 이상 해 온 나의 -모국어가 영어인- 동료도( 동료라 하지만 내 맘속에서 그는 이미 나의 교수님) 의뢰인들이 설명을 하면 잘 모르고, 모르면 모른다고 설명해달라고 하더라, 거의 모든 케이스에서, 매 순간. 사실 아무런 준비 없이 다른 전문분야를 바로 이해하는게 가능할까? 이것은 영어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케이스별로 전략을 생각해 보았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팅 전에 의뢰인의 연구 계획서와 데이터를 다 넘겨받는 것이다. 이때는 자료를 충분히 이해하고, 계획을 세워서 만나 소통하면 된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연구에서 중요한 변인에 대한 키워드라도 아는 상황. 이때는 중요한 변인/개념들이라도 미리 검색해 두면 설명을 들었을 때 잘 이해할 수 있다. 세번째는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만나야 하는 상황인데 이때는 마음을 좀 더 비워야한다. 몰라도 괜찮다는 마음가짐. 당장은 내가 모르더라도 조사해서 다음에 알려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모르는 것들을 물어본다. 내가 뭔가를 알려줘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이 사람이 뭘 하고 싶은지 알아내는데 집중해서... 사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질문과 응답을 통해서 연구계획을 단순화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게 상담의 중요한 목표이긴 하다.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히면 어떤 통계방법을 쓸지 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지난주에 잡힌 케이스가 딱 세번째 사례였는데, 정말 성공적으로 끝나서 기록해두고 싶다. 원래는 내가 의뢰인의 설명을 들으며 노트에 필기를 하고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는데, 이 날은 의뢰인에게 펜을 넘겨주었었다. 칠판에 중요한 변인들을 적고 화살표를 그어서 관계도를 그려보라 하여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함께 토론했다. 눈 앞에 변인들이 보이고 관계가 보이니까 토론하기도 쉬웠다. 그녀도 처음엔 헷갈려하다가 내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고 또 내 의견이 보태지면서 연구 아이디어가 선명해졌다. 의뢰인이 무척 기뻐했다. 기뻐하는 의뢰인을 보니 정말 보람 찼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펜을 의뢰인들에게 넘기기로 했다. 오피스의 화이트보드를 새걸로 바꿔야겠다.
Mindset for Statistical Consulting
2025. 11. 16
It has been three months since I started my new job. At my previous position, most of my work involved reading clients’ proposals, analyzing their data on my own, and handing them the results. But here, the emphasis is truly on consulting. Instead of doing all the statistical work myself, my role is to help clients do it on their own.(Which also means I work with students much more often than with faculty.)
The challenge is that I have to listen to their research ideas on the spot and give appropriate guidance right away. Since English is not my first language, understanding unfamiliar research topics in real time can be difficult And when I panic, my mind goes blank…
But recently, I realized something: Even my colleague—who has been doing this work for more than 10 years and is a native English speaker (though I call him my colleague, he feels more like a professor to me)—often doesn’t understand clients’ explanations immediately. And whenever he doesn’t understand something, he simply asks. In almost every case, at every moment. It made me realize: Is it even possible to fully grasp a different field with no preparation? This isn’t an English issue—it’s simply the nature of consulting.
So I started thinking about strategies depending on the situation.
The ideal scenario is when I receive the client’s proposal and data in advance. In that case, I can review everything, plan my approach, and communicate effectively during the meeting. The second scenario is when I at least know the key concepts or variables involved in their research. Even just knowing the keywords allows me to look things up beforehand, so their explanation makes much more sense. The third scenario is when I have to meet with absolutely no background knowledge. In those moments, I try to empty my mind a bit. It’s okay not to know. I can always look things up and get back to them later. Instead of pressuring myself to have answers right away, I focus on understanding what the client actually wants to do by asking questions. Many students don’t clearly understand their own research goals, so a major purpose of the consultation is to simplify and clarify their plan through questions and answers. Once the plan becomes clear, choosing the right statistical method isn’t very difficult.
Last week, I had a case exactly like the third scenario, and it turned out incredibly well—so well that I wanted to document it. Normally, I take notes as I listen and try to organize their ideas myself. But this time, I handed the pen to the client. I asked her to write down the key variables on the whiteboard and draw arrows to map out their relationships. Seeing the variables and relationships visually made our discussion so much easier. She was confused at first, but as she answered my questions and I added my thoughts, her research idea became much clearer. She became genuinely excited, and seeing her reaction made me feel so rewarded. From now on, I’ve decided to let clients hold the pen. I should probably replace the whiteboard in my office with a new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