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보면, 변호사 핀치가 어린 딸을 무릎에 앉혀 놓고 손으로 글자를 짚어가며  소리내어 책이나 신문을 읽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이라서 많은 부분을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이 장면은 너무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 나도 아이가 생기면 꼭 이렇게 해줘야지 굳은 결심을 하고 친구들에게 선포를 했었다.  어떤 친구 한명이 "애가 그걸 안좋아하면 어떻게 할건데?' 라고 물어서, 한참 달아오르던 내 마음에 찬물을 끼얹기는 했지만 (애가 그걸 싫어 할거란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매우 실망스러웠다),   내 아이가 생기기까지 15년 동안 그 다짐은 항상 마음 속에 있었다.
다행이도 소율이는 책 읽어 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글자를 손으로 짚어가면서 읽어주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슬슬 책 읽어 주는데 시큰둥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똑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것도 좀 지겹고, 책도 길어지고, 목도 아프고 말이지...  그러던 차,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을 읽고 다시한번 책 읽어주기의 중요성을 생각해보았다.  소율이랑 놀아주는 게 귀찮아지고, 책 읽어주는게 지겹다고 느껴질 때 다시 봐야 할 책이다. 

* Erin's Boo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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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관련 기사를 읽고  (2) 2010.06.02
Posted by empt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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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92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사다.
소율이 교육도 교육이지만, 내가 평생동안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말해 주는 것 같다.
당분간은 인디고 서원에서 추천하는 교육관련 책들을 읽으며 내 자신과 자식의 교육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 기사를 읽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두 문단이 있어서 옮겨왔다. 두 글 모두 내가 최근 생각하던 문제라서. 한 문단은 '말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란 주제로 유진재 학생이 쓴 글이고, 다른 문단은 영어교육과 관련된 간디의 글이다.


 “말을 못하는 자들은, 진짜로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말을 하는 자들이며, 우리가 듣지 않으려는 자들일지도 모릅니다. (중략) 로렌스는 동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나요? 내 친구들 중에 바그다드 동물원의 동물들처럼 소외된 친구는 없나요? 내 이웃 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은 없나요? 인간의 건물을 짓기 위해 잘려나가는 나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나요?”   ___인디고서원 홈페이지 한 줄 토론방에 유진재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소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야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 낼 수 있었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내 의견은 영향력이 있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싶을땐  소리를 높여 불리한 상황에서 빠져 나오는데 익숙했는데, 미국에 와서는 좀 달라졌다. 부당한 일이 생겨 이것저것 따져 묻고자 해도 이걸 다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부담스럽고, 줄줄이 이어질 귀찮은 일들이 먼저 떠올라서 그냥 참고 넘어가는 일도 왕왕 생겼다. 재빠르게 되받아쳐서 말을 쏟아 부어야 후련해질 상황에서도, 머릿 속에서 문장을 다듬느라 이미 적당한 순간은 지나가 버리기도 하고...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다는 건, 참 답답하고 주눅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아- 참 말이 잘 통하네' 싶은 사람이 있었고, '속이 다 시원하다' 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잘 만들어진 사회제도의 덕을 보기도 했다. 결국 소통이란 언어의 기술을 넘어서 얼마나 마음을 열어 주는가에 있는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상대에게 귀를 기울일 의지나 인내심이 없다는 것이다. 진부한 얘기지만 정말 옳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내가 체험해보니 옳다는 걸 알겠다(이렇게 적으니 뭔가 대단한 차별을 받은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건 아니고.. -.-).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와 모여사는 미국에서 소통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도 다를 건 없다.  상대의 출신 지역, 학교, 종교(-.-), 성별, 나이, 외모, 국적(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인종차별은 개인 수준에서나 사회적 제도 면에서 더 심각한 듯)  때문에 소통의지를 접고 마는건 마찬가지 아니던가.  글을 쓰다보니 주제가  '소통'에서 스멀스멀 '사회적 편견'으로 옮아가는 것 같은데, 억지스럽게 결론을 맺자면,  사회적 편견이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이니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인 수준과 사회제도 수준 에서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소통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그들의 의사나 요구에 귀를 기울여주면 참 감사하겠다.

“나는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고 창문이 꼭꼭 닫혀 있는 집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나도 바람이 자유롭게 내 집에 불어오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나는 그 바람에 내 집의 뿌리가 뽑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중략) 나는 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젊은이들이 제 나라 말을 무시하고 부끄럽게 여기며 심지어 잊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혹은 제 나라 말로는 훌륭한 생각을 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한 사람이라도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__ 간디

요즘 소율이의 영어교육에 관해 생각하는 중이다. 조급해하지 말자.
내 비록 영어는 미약하나, 나에겐 소율이와 정신적 유대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모국어가 있다.
우선은 한국어부터 제대로...


인디고서원이 추천하는 교육 관련 책
<체 게바라 파울루 프레이리 혁명의 교육학>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민주화 이후의 공동체 교육>
<핀란드 교육의 성공>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
<학교를 칭찬하라>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
<감동을 주는 부모 되기>
<정의와 배려>
<간디, 나의 교육철학>
저자 및 출판사 정보는 인디고서원 홈페이지(www.indigoground.net) 참조


이 기사를 접한지는 오래 되었는데, 그동안 찔끔찔끔 글을 쓰다보니 벌써 몇주가 흘러버렸다.
그만큼 많이 고심해서 쓴 글이다!라는 뜻은 아니고....  요새 주의집중 못하고 있다.
바깥으로 쏘다니기 너무 좋은 날씨라 날마다 피곤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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