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반가우시면서도 두려운 손님이 오시었습니다.
이리 길이 나아 있는지 나도 몰랐던 길로 오시었습니다.
오신 걸음걸음이 길을 찾아오시었는지
오신 걸음걸음이 길이 되었는지
나 알지 못하나
참 반가우시면서도 두려운 손님이 오시었습니다.
희미한 예고도 없이 오신 손님 앞에 차려진
그 술상 위 첫 잔이 얼마나 단지 자꾸만 술잔을 비우고 맙니다.
반가우시게 오신 손님이 날 울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손바닥만한 두려움이 있지만
분명히 아는 것은 첫 잔의 달콤함에 술잔은 비워지고
비워진 술잔을 외면할 수 없음에 그렇게 채워져
결국 만취되어 두려움은 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 춘천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