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작나무나 벗꽃나무 처럼 작은 이파리가 총총히 찍힌 나무가 좋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 말고.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뒤뜰에 소나무 세 그루가 무성하게 서 있는 집에 살게 되었다. 처음엔 저 나무들이 몹시도 눈에 거슬렸는데, 한 2-3주 지켜보니 나름대로 멋스러움이 있다. 특히 바람부는 날엔.
거센 바람이 불면 소나무들은 흔들흔들 온 몸을 흔들며 말라버린 갈색 잎들을 후두둑 털어버리고 더 푸르러진다.
갈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다 시원해지는데, 이건 흡사 서랍장에 쌓여있는 묵은 영수증이나 책자를 몽땅 내버리면서 단정해지는 책상을 지켜보는 마음이랄까, 차 안 구석구석에 박아 놓았던 쓰레기들을 뽑아다 버리는 마음이랄까, 뭐 그렇다.
사람도 머리를 세게 흔들면 흰 머리만 쏙 빠지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몹시 위험한 발상임을 깨달았다.
흰 머리카락이라도 무성하게 있어주는 게 고마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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