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라 할 수만은 없는...  
해결해야만 할 고질적인 다른 문제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영어실력이 앞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오히려 뒤로 밀려나는 것만 같아서 좌절스러웠는데
오늘 수업시간엔 그 절정을 경험하고 돌아왔다(사실, 매번 절정을 맛보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나름 시간을 들여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 했건만...
막상 발표를 하려고 보니, 내가 준비해온 것이 모두 무의미한 것만 같아서 입을 떼기가 힘들어질 때,
 '최대한 내 정보를 잘 알려줘야지' 라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만 간절해져 발표는 허둥지둥 아주 엉망으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다시 밀려드는 후회.  '차근차근, 여유를 가지고 잘 설명하는 게 충분히 가능했는데...  '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후회가 이번 영어수업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다.
딱히 다른 이들에 비해 나쁠 것도 없었는데....
나는 분명! 내 것에 자긍심을 느껴야만 했다.
철저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이미 준비된 것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글자 하나에도 애정과 의미를 부여해야지, 절대 홀대해서는 안된다.  
발표자도 무시하는 정보를 청중이 존중해줄리 없지 않은가..

더불어, 극복 해야할 일이 한가지 더 있다면 발표 상황에서 '테스트 받는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영어수업을 듣는 건 아니니...
조금의 발전에도 스스로에게 격려하고 쓸데없는 조급함은 버려야겠다. 이런 자책감이 사라진다면 좀 더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그러니, 이 글을 끝으로 더 이상 자책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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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상심에서 하루정도 벗어나(10시간 이상을 잤다) 지금 생각해보니, 발표가 내가 생각했던 만큼 형편없지는 않았고, 그렇다 하더라도 그리 마음아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반 친구들이 적어준 피드백을 읽어볼 용기도 없어서 메모들을 정신없이 챙겨와 파일 속에 쳐박아 두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단 괜찮았다.( 사실 친구들이 나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하지는 못했을거란 생각을 하지만...)

가끔 소율이에게서 이런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걱정스러워진다(동시에, 참 신기하다. 도대체 몇살이나 먹었다고 벌써 못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지).
가령, 퍼즐이나 블럭쌓기를 할때 충분히 잘 할 수 있는걸 난 알고 있는데, 지레 겁먹고 '엄마가- 엄마가-'라고 말하며 손을 털고 물러설 때, 딱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다.
몇번만 더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소율이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중요할 것 같다. 어떤 아이든 그럴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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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pt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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