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인지 작년 봄인지 보스턴 우리집 근처에 있는 호수가에서 소율이랑 채집했던 들꽃들이다.
두꺼운 책 안에 끼워두고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우연히 들어올린 책 속에서 말린 꽃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서야 아! 하고 탄성이 흘렀다. 밀려오는 향수, 보스턴, 봄날의 호숫가. 생각나면 훌쩍 문밖을 나서 뛰어가곤 했던 우리집 앞 그 호수가 너무 그립다.
블루밍턴에서는 호수도 안보이고, 산은 커녕 언덕배기도 없으니 참 답답하다... .고 말하기엔 내가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구나. 암튼, 봄이 되면 나아지겠지.
어쨌건... 이 말린 꽃들을 아껴두고 있다가 ,얼마전에 소율이가 하도 심심하대서 꺼내었다.
파티하면서 쓰다남은 종이접시가 항상 눈에 거슬렸는데, 이런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텅텅 비어있는 우리집 벽에 테이프로 잘 붙여주었다.
++ 댓글을 읽고 깨닫게 된 사실이 있어서 몇 자 덧붙여본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가족을 우리집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YY가 아시아인들의 모임에서 알게 된 중국계 싱가폴인 부부와 그 아이들이였는데, YY의 '우리 부인이 핫팟을 정말 좋아한다'는 얘기에 서슴치않고 우리를 저녁에 초대해 주셨던 분들이다. 정성스런 대접을 받고 뭔가 보답을 하고 싶어서 나도 초대했던 것인데, 문제는 우리집에 7명이 함께 할 만한 변변한 식탁이나 그릇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불타는 구글링에, 쇼핑몰 현장조사까지 쇼핑에 매달렸건만... 결국 머릿속을 맴돌던 값 나가고 예쁜 그릇들은, Pier 1 imports 에서 1-2 달러짜리 단순한 백자기들을 보자마자 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테이블도 마찬가지..... 그냥 가지고 있던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서 먹을만 하였다.
여튼, 그 파티를 마치고 나서는 예쁜 그릇에 대한 욕구가 아주 싹 사라지고 말았는데, 내면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말린 꽃들을 하필! 접시에 이렇게 꾸몄었던 것이다. 하하하. 무의식적 욕구의 예술적 승화!
그 불타는 구글링 도중 우연히 채팅을 하게되어 나의 사정을 조금 알고 계씨는 '양'께서 이렇게 일깨워주시니 감사합니다. 역시 멀리서 봐야 보이는 모양. 이제 저 꽃 접시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내가 사고 싶었던 접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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