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율이랑 만든 뼈다귀
처음으로 석고를 만져보았는데, 사용하는게 익숙치 않아서 다리 쪽이 부실하게도 다 부셔졌다.
다시한번 하면 진짜 잘 할 수 있는데... 할로윈 때 다시 만들어서 대문에 붙여놓을까? ㅎㅎ
몇 주 전, 간만에 포근한 날씨덕에 슬슬 걷는다는게 보더스까지 흘러들어갔다.
곧 문을 닫을 보더스는 여느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책이 뭉텅뭉텅 빠져있어서 무척이나 휑- 했다.
책꽂이까지 가격표를 붙여 내놓은 것을 보니 마음이 안좋았는데, 소율이가 좋아하는 책 몇 권을 발견하고는 이내 들뜨고 말았다 ;;)
이 Human Skeleton Kit 는 값이 좀 비싸서 살까말까 고민을 했는데(30% 할인해서 17달러쯤 줬다), 소율이가 최근에 사람 뼈 만들기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큰 맘 먹고 산 것이다 (우리집에 오래 전에 도서관에서 얻어온, 이거랑 똑같은 eye witness에서 나온책이 있는데, 그걸 소율이가 잘 쳐다보면서 논다. 언젠가 한 번, 사람뼈 같이 만들어 보자고 했더니, 그 책만 보이면 뼈 만들자고 하는 것이다. 아직 어려서 무서운걸 모르는거겠지).
유치원에서 돌아와서는 이걸 보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당장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인 것을 주말이 되어야 만들 수 있다고 했더니 서럽게도 엉엉 울어댔다. 하하 귀여운것.
그렇게 삼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참았다가 드디어 주말에 개시!
Kit 엔 석고가루랑 모형 틀, 형광색 염료와 접착제 그리고 안내책자, 포스터가 들어 있다. 값에 비해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석고 가루만 다시 사면 몇 번이고 만들 수 있다며 위로를 했다. 할로윈이 되면 호박과 함께 빛을 발하게 해주마.
석고 가루에 물 붓기.
경험자들은 알겠지만, 이런 그릇은 석고를 반죽하는 데 결코 적합하지 않다. 물그릇과 석고를 담은 그릇이 바뀌어야 옳았던 것을.. 일단 석고가 굳고 나면 얼마나 단단하게 그릇에 달라 붙는지... 끝내 그릇 씻는 것을 포기하고 버리고 말았다. 중학교 땐가 미술시간에 석고반죽은 고무그릇 같은 데 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릇이 유연해야 석고가 떨어진다.
석고가루에 물을 부어 잘 섞어 주는데, 이때 공기방울이 빠져 나가도록 그릇을 톡톡 두드려주어야 한다. 공기방울이 그대로 있으면 뼈에 골다공증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설명서에 있는 그대로 물의 비율을 맞추었는데, 그러다보니 반죽이 너무 뻑뻑해서 두개의 틀 중 하나를 다 완성할 때 쯤 되어서 석고가 거의 굳어 버리고 말았다. 저렇게 스픈으로 찔끔찔끔 붓지 않고 그릇채 콸콸 쏟아 부었다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두번째 모형도 문제없이 끝냈을 지도 모를 일이고...
아무튼, 다리쪽 만들 때쯤 석고가 다 굳어버려서, 굳은 석고를 물에 녹여 겨우겨우 틀에 부었더니 심하게 부실한 다리뼈가....ㅜ.ㅜ
틀에 부은 석고는 하룻동안 완전히 말린 후에, 틀을 뒤집어서 빼 내고, 형광색으로 붓칠한다.
소율이가 붓을 담고 있는 저 작은 통에 형광염료가 들어있는데, 질감이 풀처럼 단단하게 끈적거린다. 겉으로 봐선 애들 장난감처럼 보이는데, 이게 얼마나 강력한지 어두운 곳에서 밝게도 빛나서 밤이 되면 섬뜩하려니와 옷에 묻으면 아무리 빨아도 지워지지 않아서 사진에 보이는 소율이 윗옷은 버리게 생겼다 ( 밤에 무섭다고 울고불고 -.-;;)
완성된 작품은 어디 두기도 부적절하고, 무섭기도 해서 (게다가 밤이 되면 형광빛이 장난 아니게 빛을 발해서) 다시 상자에 넣어두었다. 이사갈 땐 땅에라도 묻어주고 가야 할 듯. 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