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사고

Diary 2010. 6. 25. 14:59
이틀 전인가.... 트위터에서 내가 follow하는 한 분이 이런 트윗을 날리셨다.

 '만'의 띄어쓰기: (1)십 년 만의 귀국 (2)화낼 만도 하다. 화낼 만하다. (3)웃기만 한다/집채만 한 파도

각 문장을 유심히 보다가 마지막에 적힌 '집채'를 '잡채'라고 읽었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잡채만 한 파도? 어떻게 철썩이는 파도를 잡채에 비유 했을까. 좀 신선하네... ' 그러면서 파도치는 잡채(면발이 중간에 끊어짐 없이 가지런히 찰싹거리는)를 상상했고,  그러다가  '음.. 잡채가 파도만 하려면 얼마나 길어야 하나... 내 키도 넘겠군' 하면서 발끝에서 내 머리 위로 솟아올라 굽이치는 잡채를 상상하던 중, 이게 잡채가 아니라 집채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로 표현하니 좀 길어졌지만, 실제는 몇 초 동안 잠깐 스쳤던 생각이다.

어쨌건, 내가 왜 집채를 잡채로 봤을까... 고민을 좀 하다가 이런 결론에 다달았다.
첫째, '집채만 한 파도'라는 숙어를 너무 오랫동안 접하지 않았다.
둘째, '집채만 한 파도'라는 문장을 보았을 때, 파도의 '크기'보다는 '성질'(유연하고 넘실대고...)이 비슷한 단어가 먼저 떠올랐을 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셋째, 글을 건성건성 읽는다. 넷째, 노안이다. 다섯째, 배가 고팠다...

이런 류의 실수는 내가 종종 잘 일으키는 것인데, 어쩔땐 참 심란해진다.
일전엔 누군가 '오이바'라는 제목으로 오이를 젓가락에 꽂아서 찍은 사진을 트윗 하셨는데, 그 사진을 보면서도 이거 제목이 왜 '오바마'일까? 라고 잠시 의아해 했었다.  

기억력도 나날이 쇠퇴하고, 시력도 시원찮고 사고력도 무뎌지는 것 같고....  좀 긴장하면서 살아야 할까.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  (2) 2010.08.04
한국에서 2  (6) 2010.07.25
튜울립의 변장  (0) 2010.04.13
솔방울도 나무다  (0) 2010.04.02
Census 2010  (0) 2010.03.22
Posted by emptyro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