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즈음 솔방울을 몇 개 주웠다.
같은 나무에서 떨어졌을텐데, 나무 주변 것들은 길쭉한 모양이었고, 좀 더 멀리 차도에 떨어져 있는 것들은 모두 동그랬다. 처음엔 두개의 솔방울이 완전히 다른 종류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게 어찌된 일일까 정말 궁금했다. 나무의 종이 서로 다르다면, 각 나무마다 다른 솔방울이 있어야 하는건데 그건 아니었고... 동그란 솔방울들이 가벼워서 멀리까지 날아가 떨어진 건지. 아니면, 같은 곳에 떨어졌지만 바람에 실려 더 멀리 날아갔다거나... 아무튼, 어떤 경우에도 별로 그럴듯한 답은 아니다 싶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의문이 사라졌다.
습기가 문제였다(아니 답이었다 -.-). 솔방울을 씻으려고 물통에 넣고 한참 가지고 놀았는데 얼마 후, 물기를 머금은 나무가 부풀어 올라서 잎과 잎 사이 공간을 점점 메우더니 길쭉하게 변하지 않겠는가! 항상 차가 다녀서 눈이 와도 금방 녹고, 햇빛이 잘 들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차도와는 달리, 나무 주변은 그늘 때문에 흙이 늘 젖어 있어서 솔방울도 몸에 물 마를 새가 없었던 것이다.
솔방울이 나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신기했다. 젖었던 솔방울이 마를때 보니 꽃이 피는 것 처럼 한장 한장 열리는 것도 신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