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무엇인가

Diary 2010. 3. 20. 17:14
희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창부!
온갖 기교로 너의 모든 것을 바치게 하고
네가 너의 가장 소중한 보물_ 젊음을 잃었을 때
그녀는 너를 버린다.  
    
                                            <페퇴피 산도르>


예전부터 이 시가 마음에 들었다.
 '희망'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아서 싫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난 그냥 이 시가 마음에 든다.  
누가 쓴 시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헝가리의 시인 '페퇴피 산도르' 라는 사람이 쓴 것이라고 한다.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땐, 희망에 의해서 버려졌다기 보다는 희망을 버리고 홀가분해진 한 노년이 떠올랐다.
희망을 버려서 불쌍한 노년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담담하고 안정된 상태의 노년.  그래서 별로 불행해 보이지도 않았다. 시인의 의도와는 좀 멀어 보이는 해석인가?

지난 학기에 황우석 박사에 대해 발표할 게 있어서 그에 대한 영어문헌을 살펴본 적이 있다. 그 영어자료에서, 한국어 자료와는 또 다르게, 황우석 박사와 줄기세포를 향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맹목적 추종, 왜곡된 한국 매스컴에 대한 평가는 참 객관적이고 냉엄하기만 했다.  황우석 박사나 그의 연구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나 조차도 왠지 주눅들게 만들었던 냉혹한 평가들.
그래서 이젠, 이 '희망'이라는 시를 생각하면 황우석 박사 사건이 떠오른다.
희망에 들떠서 객관적인 사실에 눈감아 버리고, 보고싶은 것들만 보다가 끝내 무너져버린 사람들,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못해서 허상을 쫓고 있는 사람들. 이들에겐 희망 외엔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희망이 떠난 뒤라고 하여 홀가분 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잃어 슬프고 힘들기만 할 것 같다.  불행해 보인다.
그래,  이 시는 희망이 떠난 뒤 마음의 평화를 얻은 노년을 노래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희망을 경계하고, 희망의 유혹에서 벗어나 현실에 눈 뜰 것을 경고하는 시였지.... 나도 보고 싶은 것만 보았던 모양이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방울도 나무다  (0) 2010.04.02
Census 2010  (0) 2010.03.22
누가 걸어갔나  (0) 2010.03.16
비와 나의 근황  (0) 2010.02.24
아무렴 늦지 않았다!  (4) 2010.02.15
Posted by emptyro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