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

Diary 2010. 7. 25. 01:35

정신이 없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내 물건들도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며칠 전에 어머님이 사주신, 나의 경제 수준에는 맞지 않은 비싼 가디건을 냉면집에서 잃어버리고 찾을 길이 없어서 결국 똑같은 것으로 다시 구입했다(어머님도 큰맘 먹고 사주셨을 텐데 잃어버린 것 아시면 속상해 하실거라며 우리 엄마가 꼭 같은 걸 하나 사주겠다고 하셔서...). 어머님께는 비밀이다.

나흘간 순천에서 지내다가 어제 대전에 있는 남동생네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오늘 서울로 돌아왔는데, 휴게소에서 내 등짝보다 더 큰 배낭을 깜박 놓고 와서 그걸 찾느라 진땀을 흘리며 몇 분 동안 화장실과 식당을 오갔다.

뭔가를 놓고 왔다는 사실을 발견 할 때마다 YY는 '아이쿠'하는 표정만 잠시 보일 뿐 별 말은 없는데, 참 민망하다. 핸드폰은 어딜 그렇게 다니는지 하루에 한번은 꼭 전화를 걸어서 행방을 찾아야 하고, 지갑도 그렇고.. 가방도 보이질 않고.... 그저 '소율이만 잃어버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다음 한 주가 지나면 보스턴으로 돌아간다.  내일부터 출국하기 직전까지도 스케줄은 꽉 차 있는데,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여도 만나지 못할 사람이 생겨서 아쉽다.

하지만, 일주일 후엔 나의 단조롭고 평화로운 생활이 시작될 것에 기쁘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게으른 아침을 먹고, 집안을 정리하거나 소율이랑 노닥거리고, 남편의 이른 퇴근 후엔 가족이 함께 호숫가를 달리고...  소율이가 잠들고, 나의 시간이 시작되고...

돈을 조금 벌더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이 느긋함이 좀 더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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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pt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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