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연인

Film 2010. 7. 13. 23:02

 

시카고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제대로 보았던, 단 한편의 영화이다.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착륙시간 3시간 전에야 보기 시작했다(앞 사람이 보는 걸 몇 분 동안 흘끔 거리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조르주라는 여류 문인과 쇼팽의 사랑 이야기인데, 조르주의 자유로움과 개방성, 순수한 열정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넋을 잃고 봤다. 특히 조르주의 옛 연인과 현재 그녀의 연인인 쇼팽이  결투하는 장면에서, 병약한 쇼팽이 지레 겁먹고 쓰러져버리자 조르주가 재빨리 그의 총을 빼어 옛 연인에게 한방 날리는 장면이 어찌나 통쾌하던지....

연인 관계에서 판에 박힌 성역할을 거부하고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좋았다. 자유분방하고 씩씩한 조르주가 섬세하지만 여린 쇼팽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마침내 그의 마음을 얻고야 마는 것은 보편적인 연인관계에서 보기 드물지만 매우 가치롭다고 생각한다.

뒤돌아보면 나 역시 '세상 남자라면 으레 기대하겠거니'라고 예상한 '여성역할'에 나의 행동을 끼워 맞추느라  원하는만큼 솔직하게, 주도적으로 관계를 이어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성역할의 문제 이전에 '거절에 대한 불안'이 더 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나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조르주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간의 평가에도 흔들림이 없는 그녀의  brave heart를 찬양한다.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Toy Story 3 와 Day & Night  (2) 2010.08.15
What happens during ejaculation?  (2) 2010.07.16
펭귄에게 감동하다... "March Of The Penguins"  (0) 2010.06.13
Kipper  (0) 2010.04.16
Into the Woods  (2) 2010.01.26
Posted by emptyro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