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졸업했다!
막둥이를 프리스쿨에 보내면서 인근 대학에서 Non degree program 학생 신분으로 한 학기에 한 과목씩 수업을 들었다. 뭔가 목적이 있었던건 아니었고…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 하진 못했는데 졸업 이후엔 더 배울 일도 없어서, 압박없이 수학만 조금 공부하는게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을 위한 논리와 수학’이라는, 수학적인 요소가 조금 들어가긴 하지만 아주 수학만은 아닌 과목을 청강해 보았다. 이게 재미 있어서 차차 칼큘러스1도 듣고 선형대수,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수강했다(파이썬이 제일 힘들었음;). 그러다 보니 2년이 흘렀고 팬데믹을 맞이했다. 집에만 머무는 동안 (아이들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 영어시험과 서류를 준비해서 통계학과(나의 수학 교수님이 적극 추천해주신) 석사과정에 지원했다.
기대했던대로 학과목 대부분이 적성에 맞아서 배우는게 즐거웠다(힘들기도 하지만). TA를 한 덕분에 2년 동안은 수업료도 모두 면제되었고 시간당 돈도 벌었기 때문에 좀 더 학교를 다녀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지막 학기엔, 학교 통계센터에서 인턴쉽을 했는데 그 일도 딱 내 적성이라 졸업과 동시에 진로가 결정되었다.
기간을 생각하면 아득해서 시작도 못했을텐데, 코 앞에 떨어진 일들을 처리 하다보니 졸업을 하고, 일을 찾고... 일련의 사건들이(신호등에 초록불 연달아 켜지듯)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신기하고 감사하다.
출산, 육아 후에 커리어 다시 찾는데 거의 20년이 걸렸네! (그러나 육아가 아직 안끝남)
말이 많아진 나를 발견했다. 사람들이랑 한참 떠들고 돌아서면 정신없이 쏟아버린 말들이 민망스럽다.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www.cnn.com/2021/01/20/politics/amanda-gorman-inaugural-poem-transcript/index.html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해서 주목을 받은 시인이자 활동가인 Amanda Gorman의 시에 나 또한 감동을 받아서, 곰곰 씹으며 필사를 했다. 필사를 끝내고 뉴스페퍼민트에 올라온 우리말 번역글이 있어서 한 줄 한 줄 대조도 해보았고... 원문이 주는 운율의 느낌을 한글이 담아낼 수 는 없지만, 한글로 읽는 그녀의 시도 다른 느낌으로 참 좋다. 그런데, 한글 번역 중 몇몇 부분에 대해서 생각이 좀 달라서 정리해 본다.
newspeppermint.com/2021/01/22/amandagormanatinauguration/
***영문 바로 밑 글은 뉴스페퍼민트, <> 속 글은 내가 고쳐 본 글이다.
The loss we carry,
a sea we must wade
우리가 이고 가야 할 공허, 우리가 헤쳐나가야만 하는 이 거친 바다.
<우리가 견디는 상실의 아픔 ,
우리가 헤쳐 가야 할 이 거친 바다>
; loss를 보면서 그동안 트럼프 정부에서 잃었던 많은 목숨들(아프리칸 어메리칸 특히)이나 신뢰, 공정, 정의, 화합 이런 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loss를 공허라기 보다는 상실(에서 오는 아픔이나 분노, 슬픔)으로 보고 싶다.
Somehow we've weathered and witnessed
a nation that isn't broken
but simply unfinished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우리 앞에는 부서지지 않은, 단지 미완일 뿐인 국가가 있다.
<우리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며 한 국가를 목도했다. 이 국가는 부서지지 않았다, 단지 완성되지 않았을 뿐.>
; 부서진것이 아니라 미완성되었으므로 점차 완성시켜가면 된다는 의도를 강조하고 싶다.
We lay down our arms
so we can reach out our arms
to one another
총을 내려놓는 것도 총을 들고 있던 손을 뻗어 서로에게 더 다가가기 위함이다.
<우리는 손에서 무기를 내려 놓는다
그리하여 그 뻗은 손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게>
; 이렇게 쓰면 좀 더 시적으로 보이까봐...
Scripture tells us to envision
that everyone shall sit under their own vine and fig tree
And no one shall make them afraid
성경은 우리에게 누구나 자신만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 앉을 수 있을 거라며 누구도 두려움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말해준다.
<성경은 마음속에 그려보라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포도 나무와 무화과 나무 아래 앉아 쉴 수 있고,
누구도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하지 않는 세상을 >
; 외부의 영향이 없이도 스스로 두려움에는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외부요소’를 ‘두렵게 만들어서는 안되는’ 주체로 두어 명시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적어도 국가는 모든 이들이 위협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특히 이민자 집단을 위협하는 백인 우월주의 집단 등을 떠올려 본다면.
If we're to live up to our own time
Then victory won't lie in the blade
But in all the bridges we've made
우리가 최선을 다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낸다면, 승리는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지 않을 거다. 우리가 세운 모든 다리마다 승리로 가득할 것이다.
<우리의 시간을 치열히 살아 낼 때,
승리는 칼날이 아닌,
우리가 만든 모든 다리에 놓일 것이다.>
; 시인이 blade와 bridge를 대조해서 썼다고 생각한다. blade는 무기, 파괴하는 것, 분열을 야기하는 어떤 것을 뜻하는 것 같고, bridge는 서로 협력해서 만들어 놓은 것, 서로를 이어주는 것, 건설적인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먼 거리에 있는 것이나 구체적 다리를 뜻하는 게 아니라.
It's because being American is more than a pride we inherit,
it's the past we step into
and how we repair it
미국인에게는 우리가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자부심 이상의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지나온 과거를 다시 돌아보며 잘못된 부분을 고쳐내는 힘, 과거를 직시하는 힘이다.
< 미국시민이 된다는 것은 자긍심 이상의 것,
우리가 발 담근 과거를 계승 받았기에,
이 과거를 개선하는 것. >
; (가장 안풀리는 문장이다.) 앞서 시인이 말한 glade를 약속하는 것은, 오직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앞에 놓인 언덕을 넘을 때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뒤에 말한 것 같다. 우선, American이 된다는 의미를 단지 미국 땅에서 태어난 것 뿐만 아니라, 이민자도 국적을 취득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미국인이 아닌 미국시민이라고 썼고, 우리가 물려받는 것은 자긍심 이상’ 이라는 뜻은, 우리가 물려받는 것들이 좋은 것 뿐만 아니라 과거 조상들(혹은 지난 정권)이 저지른 수많은 잘못까지도 물려받는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그 과거를 돌아보고 고쳐야한다는 뜻이 아닐까.
In this truth
in this faith we trust
For while we have our eyes on the future
history has its eyes on us
이 사실과 가치를 믿기에 우리는 눈을 들어 미래를 바라보고, 우리의 과거는 역사가 되어 우리의 걸음걸음을 밝혀준다.
<이 진실,
우리가 믿는 이 신념 속에서
우리가 미래를 향하는 동안, 역사는 우리가 걸어온 길을 드러낸다>
; 나는 이 문장을 과거가 우리의 걸음을 밝혀주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부끄러운 짓을 하면 다 족적으로 남는다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While이 앞에 있으니까 과거와 미래의 방향이 대조적으로 갈리는(서로 지켜보는 대상이 다른) 느낌을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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