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과 끈기

Diary 2010. 8. 14. 11:17
주부가 해야 할 일은 아니겠다만, 요즘에 Angry birds라는 게임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꽤 오래 전에 YY가 내 아이팟에 깔아 둔 게임인데, 처음엔 뭐 이런걸 다 깔아 놨어? 하며 시큰둥 하다가(내가 평소 게임을 잘 안하는 사람이다- 라고 하기엔 이를 반증하는 역사가 있구나! 어쨌든,) 한번씩 건드려보니 이게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율이가 잠들락 말락 하는 순간, 이 때는 내가 곁을 떠나 방을 나오면 귀신같이 알고 일어나서 울지만, 내가 옆에만 있다면 뭘 하든 상관하지 않는 순간인데, 이 때마다 찔끔찔끔씩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홀딱 빠져서 요즘엔 아예 틈만 나면 하고 있다 (그래서 싸이고, 블로그고 나몰라라 -.-).
무슨 게임이든 YY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게 나의 목표인데, 이미 YY가 넘지 못한 레벨도 무수히 넘겼고, 그는 이 게임에서 손을 놓은지 한 달도 넘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마 내 앞에 놓여있는 모든 레벨을 다 깨야 손을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 편하게.  
그런데, 어제부터 끊임없이 했는데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을 만나고야 말았다. 이참에 그만 둬야 할 것인가!




나는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는 것이 큰 죄악이라 생각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 대학을 다닐 때까지 한번도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친구의 소개로 크라운인지 캘러그인지.. 에서 만든 사이트에 들어가 게임을 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 포인트로 경품을 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포인트가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여 한번에 확 쌓이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제한된 포인트가 쌓인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경품으로 '죠리퐁 한 박스'를 얻는데 일년 이상이 걸렸다. 그것도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열심히 게임을 해서....  그 죠리퐁 한 박스는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몇 날 며칠을 먹었더랬다. 어떤 날은 죠리퐁에 우유를 말아서 끼니를 때우기도... -.-  어쨌건 그래서 그 후, 몇 년 동안 죠리퐁은 입에도 안댔다.

그 뒤에 또 게임을 열심히 해서 포인트를 쌓아 믹서기를 하나 받았는데, 아마 그것도 일년은 족히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땐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참 연애를 하던 시기인데, 내가 술을 마시느라 12시를 넘겨 귀가를 하는 날엔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그 믹서기가 도착한 날, 친구들을 자취방으로 불러서 생과일 쥬스를 만들어 대접했다.)

나의 이 '게임의 역사'는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를 보며 YY가 아이팟 중독이라고 하길래 ( 허구헌날 트위터와 게임을 하느라 눈을 떠서 다시 눈을 감는 순간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 보통은 아이팟을 베개 밑에 넣어어두고),  '원래, 나는 게임이란 것을 몰랐던 사람이다! 당신을 만나서 이렇게 되었다!' 라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며 우리의 연애시절 나를 대신해 게임을 해주던 그 일화를 상기시켜 주었다.  

나의 이 내재된 근면과 끈기가 좀 더  옳게 쓰여야 할터인데, 게임을 해야 눈을 뜨니...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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