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들

Diary 2010. 11. 5. 20:10
아침 일찍 일어나니 좋고도 낯설다.
요즘엔 거의 소율이 재우려다 같이 잠이 들고 말아서 나의 밤 시간은 사라졌다.  밤에 꼭 하고 싶은 게 없어진 것인지도....  그래도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기가 수월하니 좋다면 좋다랄까. 일찍 일어난 김에, 그동안 생각한 것들이나 좀 정리해 둘까 보다.

- 생각 기록기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건데, 머리 속에서 글을 쓰면 그게 그대로 컴퓨터에 저장되면 좋겠다.  
뛰거나 걸으면서, 또 전철을 타거나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래서 때로는 진짜 기특한 생각이 머리속에 떠올라 제법 조직화되는데, 아무리 열심히 생각을 해 두어도, 상황이 바뀌면 생각도 사라지고,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도 온데간데 없어져서 좀 허무하다.  생각이 문서로 즉각 저장만 된다면 연기같은 생각들을 모두 잡아 둘 수 있을텐데...  논문 쓸 때도 편하고.  
그런데 이게 가능해지면, 사고검열思考檢閱도 생기고, 생각도 훔치는... 그런 소설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무섭군. 그래도 생각 기록기가 있으면 여러모로 편할 것 같다.

- I'm working at home
어제는 우리 회화선생님이 짧은 휴가를 시작하는 날이라 다른 선생님이 오셨다. 이미 은퇴를 하셨다가 지금은 가끔씩 수업을 진행하시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로, 얼마전에 지하실 계단에서 굴러서 무릎을 크게 다친 후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셔서 내 눈에 자주 뜨였던 분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자기소개하는 귀찮은 일을 또 반복해야 했다.
이 자기소개 중에 선생님이 한 여인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는데, 일을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러자 그 백발 성성한 할머니가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는거야?, 집에서 일 하잖아, 그렇게 자신을 낮추면 안돼지'라면서 'I'm working at home'이라고 답하는게 마땅하다고 하셨다.
아! 바로 이것이다! 내가 찾던 표현이....  
지금까지 자기소개를 할때면 으레 '너 무슨 일 하니? 라는 질문을 받게 되고, 나  housewife야.' 라고 답해야 할 상황에 봉착하는데, 이 housewife라는 표현은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애를 키우고 살림하는 것이 이제껏 내가 했던 어떤 일보다 힘들었는데도 불구하고, housewife는 just a housewife처럼 just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시시하고 하잘것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긴 역사적 편견과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는 I'm working at home 이라고 좀 더 당당하게 말하리.

- 배려, Irony
몇 주전에 소율이 유치원에서 편지를 하나 받았다. 내용인 즉슨, "우리 유치원에서는 모든 명절을 경축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의 배경이 제각각이라 어느 한 명절만 경축한다면,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유치원에서의 일상이 깨지는 것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날, birthdays, pajama day, beach day, big brother/sister parties, 만을 경축할 것입니다." 라는 것이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 편지를 받고 매우 감동을 받았으며, 이 기관에 대한 신뢰가 돈독해졌다.
(그리고  11월 1일이 Pajama day였는데 너무 재밌었다. 아니, 재밌어 보였다-.-.)

이 편지에 더욱 감동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한 친구로부터 자기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 유대인이 많은 지역에 있어서 유대인들의 명절이나 휴일에 맞추어 운영된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그 친구에게 유치원에 유대인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명도 없단다. 참 아이러니다.  음.. 선생님들이 유대인인가?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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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pt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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