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

Diary 2012. 1. 19. 01:32
소율이가 한글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국에 있는 많은 아이들이 소율이 나이 즈음에 한글을 제법 잘 읽고 쓰는 것 같은데, 소율이는 아직이다.  글을 빨리 깨우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애달아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염려되는 건,  해가 갈수록 소율이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친숙해질텐데(이미 알파벳을 더 쉽게 여긴다),  그러다보면 한국어도 어눌해지고,  나와 공유하는 문화도 확연히 줄어드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자연스레 이어질 우리의 공유문화.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 내가 쓰는 언어로,  내가 배웠던 것들을 똑같이 배우고,  놀며,  느끼면서 형성될 끈끈한 유대감이 소율이와 나 사이에서는 점점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듣자하니, 이민와서 살고 있는 부모들 중 아이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는는 것 같다.  특히 아이가 영어로 빠르게 얘길 하면 알아듣기가 힘들고, 아이도 한국어를 잘 모르고 하니 생기는 불상사랄까.  따져보면 이게 언어만의 문제였겠느냐만은..... 사춘기라는 특수한 상황에 언어적 장벽까지 생긴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싶다.  물론 영어를 익히고 이곳의 문화를 수용하려는 부모의 노력도, 아이의 한국어를 관리하는 것 만큼 중요할 것이다.  언젠가,  대학생이 되어서 집을 떠나는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님의 영어능력을 걱정한다는 설문조사를 읽고 마음이 편치 않았던 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블루밍턴에 있는 한국인들의 모임에는 꼭 들어 가야지 생각했는데,  대부분 그런 모임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한글학교를 알게 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이번 학기부터 소율이를 데리고 간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세시간씩 한글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고, 놀기도 하는데 소율이가 너무너무 좋아한다.  

나 또한, 그곳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지도를 하기로 했다. 원래 맡기로 하신 분이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셨는데,  급히 사람을 찾다보니 수업신청하러 온 나 같은 학부모에게 그 일이 돌아온 것 같다.  교장선생님이 내 전공을 물어 보시더니, 부탁할 게 있으시다며 전공이랑 전혀 상관 없는 일을 부탁하셨다. 하지만,  취미에는 맞는 일이다!  하하. 주저하지 않고 수락하였다. 내일이 수업 첫날인데 살짝 긴장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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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pt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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