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집 떠난지 일주일 쯤 지나서 부터 슬슬 집 생각도 나고, 한식도 아른거리고, 덴마크어 앞에 한없이 깜깜해지는 내 자신이 답답했던터라  신이나서  가방을 쌌다.  너무 열심히 돌아다닌 모양인지 몸살을 앓았는데, 그래서 이틀여를 호텔에서만 보내야 했기 때문에 더 집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코펜하겐에서 뉴욕을 거쳐 인디애나폴리스로 날아가,  그곳에서 셔틀을 타고 블루밍턴으로 오기만 하면 우리 집이 있다!

영화 몇 편 보고 먹고 잠자고...  하다보니, 코펜하겐에서 뉴욕까지의 7시간여 비행은 지루할 틈도 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겨우 1시간 40분 비행을 남겨둔 뉴욕공항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모두 탑승도 끝났고, 비행기가 하늘로 날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비행기가 좀 달리는가 싶더니 멈춰서서, 서쪽으로 향하는 활주로가 모두 막혀있는 상태라며 조금 기다려야한다는 방송만이 비행을 대신했다. 


활주로가 열리기만 기다리길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째....   활주로가 막혀있는 이유도 모른채 마냥 기다렸다(나만 몰랐던가? -.-;;). 그러다가 결국  다시 게이트로 돌아와 비행기에서 내려서 다음번 비행 스케줄을 기다리는 동안에서야,  폭풍이 몰려와 서쪽 하늘을 길다랗게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비행기가 날기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 그냥 파란 하늘인데 폭풍우가 왠 말인인가>


게이트 밖을 나와 해야할 결정, 오늘 비행을 포기하고 뉴욕에서 하루를 보낸 뒤 내일 비행기를 탈 것이냐 아니면 다음 비행기로 곧장 갈 것이냐....  YY는  일기예보를 꺼내보이더니, 밤이 되어도 날씨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두 시간 후에도 비행기가 뜨지 못할 것은 확연했는데,  그냥 돌아서기엔 아쉬움이 남아서 (그놈의 실오라기 같은 희망때문에)  다음 비행기에 탑승하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두어시간 똑같은 상항에서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시 내려왔다.  똑같이 멍하게 앉아있는데도, 이유를 아니까 더 견딜만 하였다.  

어쨌든, 다시 생각할 것도 없이 다음날 비행기를 예약하고, 항공사로부터 숙식과 호텔을 제공받은 뒤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숙소 복도에서 발견한 바로 이 그림!   지친 여행자들의 달콤한 잠이 따뜻하게도 그려진 이 그림을 보니까 왠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잠이 우리에게 내리는 은총은 바로 관대함이 아닐런지.  다음날 반복해서 딜레이되는 비행시간도  느긋하게 기다려 줄 수 있는 뭐 그런것.  

결국은 집에 무사히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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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mpty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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