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율이 두살 정도 되어서 eye like 스티커 북을 처음으로 사주었다. 다 쓰고나서 나머지 귀퉁이들을 그냥 버리려니 아까워서 스케치북에 붙이고 같이 색칠하면서 놀았는데 무척 반응이 좋았다. 테두리에 신경쓸 것 없이 무조건 색칠하고, 떼고보면 멋진 그림이 되어있어서 성취감이 쉽게 생기는 놀이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종종 이 놀이를 즐기는데, 이제는 좀 더복잡한 기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eye like 스티커북은 자연의 색깔이 예쁘게 담겨있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티커북이다. 소율이가 어렸을땐 동물과 자연의 테마가 썩 먹히더니, 이젠 좀 컸다고 핑크공주 시리즈에 빠져계시기 때문에 지금은 살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ㅜ.ㅜ
서점에 가서 보면 계속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는 것 같다. 요즘엔 어떤게 나오나 모르겠지만.. 온라인에서 사나 오프라인에서 사나 가격이 똑같기 때문에 이왕이면 책방에서 사주시길...(운 좋게 오프라인에서 세일을 하는 경우엔 더 싸게 살수 있다. 책방에서 세일을 하거든 무조건 사야함),
다 쓰고 남은 귀퉁이들을 살살 잘 떼어내서, 스케치북에 붙이고 색칠을 한다. 엄마와 아기가 힘을 합해서 ㅎㅎ 사실, 많은 작품 활동들이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나 혼자서 마무리해야 되는 때가 많다. 소율이가 어릴 땐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기 일쑤였는데, 내가 끝까지 완성하는 걸 보고는 자신도 성취감을 느끼는 모양인지.... 다음번에는 스스로 재료를 가져와서 시도하고, 혼자서 끝까지 하게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물론 아이가 성장한 효과 일 수도 있지만,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게 중요하긴 한 것 같다.
색칠이 다 끝나면 귀퉁이를 떼어내기.
아! 색깔 참 알록달록하니 예쁘네...... (두꺼운 크레파스로 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다)
2009년 가을
2011년 가을
블루밍턴에 이사와서, 소율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가 놀러 왔던 날.
둘이서 놀라고 스케치북이랑 스티커 귀퉁이를 던져주었더니 사이좋게 한 쪽씩 색칠한다. 귀염둥이들 ^^
고사리 같은 손!
다양한 모양을 시도해 본 소율이의 작품.
맨 아래 파란색이 들어간 동그라미는 내가 색칠했는데, 내가 한 것들은 좀 티가 난다. 소율이는 온 힘을 다해서 색칠하는데 엄마는 설렁설렁 몇 초만에 끝. ㅎㅎ
소율이 때문에 주말마다 양가 부모님들과 화상통화를 하는데, 이 삼 주 전인가... 어머님이 소율이가 만든 것들을 좀 보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혀 암묵적이지 않게 하셨다(해석: 직접적으로 내게 보내달라는 말씀은 하시지 않았지만, 그 티를 마구 내셨다). 괜한 반발심에-.- '카드 한번 보내야지, 보내야지' 했었던 마음이 쑥 들어갔는데, 생각해보니 받는 건 산더미처럼 받으면서, 종이 한 장 보내는게 뭐 그리 큰 일이라고 이러나 싶었다, 이성적으로야...;; 아- 나란 인간 이런 인간.
나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몇 번이나 우리의 사랑을 보여 주려고 했었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두고는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야지 했다가, 막상 크리스마스가 코 앞에 다가오자, 그럼 연하장을 보내야 겠다! 마음먹었고, 신정이랑 구정 다 보내버리고 나서는 발렌타인스데이 카드라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지 게으른 육체가 따라주지 않았을 뿐.
그러다가
이번 주말에 소율이가 난데없이 마블링이 하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펴줬더니, 색감이 예쁜 종이들을 이렇게 마구마구 찍어내시어...
겸사겸사, 그 중에서 봄 내음 나는 종이들로 골라 발렌타인스데이 카드를 만들었다.
카드는 일단 만들어 두었는데 이걸 들고 우체국까지 갈 수 있을까가 관건이로고. 이 사진들 이멜로 보내면 안될까?
소율이의 마블링 작업으로 얻어낸 예쁜 색종이들! 이걸로 뭘 만들면 좋을까 ~
아래 것은 소율이가 제일 맘에 든다며 가져가버린 것. ㅎㅎ 자신에게 카드를 보낸단다. 소율이의 친필카드.
이런 카드를 가족들에게 보내려고 하온데... 만약 기별이 가지 않는다면, 이 카드들이 우체국까지 가질 못했구나 생각하시고, 받으시오면 우체국에 무사히 당도했구나! 하고 기뻐해주시길.
재작년인지 작년 봄인지 보스턴 우리집 근처에 있는 호수가에서 소율이랑 채집했던 들꽃들이다.
두꺼운 책 안에 끼워두고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우연히 들어올린 책 속에서 말린 꽃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서야 아! 하고 탄성이 흘렀다. 밀려오는 향수, 보스턴, 봄날의 호숫가. 생각나면 훌쩍 문밖을 나서 뛰어가곤 했던 우리집 앞 그 호수가 너무 그립다.
블루밍턴에서는 호수도 안보이고, 산은 커녕 언덕배기도 없으니 참 답답하다... .고 말하기엔 내가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구나. 암튼, 봄이 되면 나아지겠지.
어쨌건... 이 말린 꽃들을 아껴두고 있다가 ,얼마전에 소율이가 하도 심심하대서 꺼내었다.
파티하면서 쓰다남은 종이접시가 항상 눈에 거슬렸는데, 이런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텅텅 비어있는 우리집 벽에 테이프로 잘 붙여주었다.
++ 댓글을 읽고 깨닫게 된 사실이 있어서 몇 자 덧붙여본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가족을 우리집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YY가 아시아인들의 모임에서 알게 된 중국계 싱가폴인 부부와 그 아이들이였는데, YY의 '우리 부인이 핫팟을 정말 좋아한다'는 얘기에 서슴치않고 우리를 저녁에 초대해 주셨던 분들이다. 정성스런 대접을 받고 뭔가 보답을 하고 싶어서 나도 초대했던 것인데, 문제는 우리집에 7명이 함께 할 만한 변변한 식탁이나 그릇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불타는 구글링에, 쇼핑몰 현장조사까지 쇼핑에 매달렸건만... 결국 머릿속을 맴돌던 값 나가고 예쁜 그릇들은, Pier 1 imports 에서 1-2 달러짜리 단순한 백자기들을 보자마자 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테이블도 마찬가지..... 그냥 가지고 있던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서 먹을만 하였다.
여튼, 그 파티를 마치고 나서는 예쁜 그릇에 대한 욕구가 아주 싹 사라지고 말았는데, 내면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말린 꽃들을 하필! 접시에 이렇게 꾸몄었던 것이다. 하하하. 무의식적 욕구의 예술적 승화!
그 불타는 구글링 도중 우연히 채팅을 하게되어 나의 사정을 조금 알고 계씨는 '양'께서 이렇게 일깨워주시니 감사합니다. 역시 멀리서 봐야 보이는 모양. 이제 저 꽃 접시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내가 사고 싶었던 접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올해 만든 작품들
작은 호박 두 개, 큰 호박 두 개. 위에 보이는 작은 호박 두 덩이는 며 칠 전에 파 둔 것이고(이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어젯밤엔 아래에 보이는 큰 호박 두 덩이를 끝냈다. 호박은 작은 것 보다 큰 것이 더 파기 쉽다. 작은 그림보다는 큰 그림 파는 게 더 쉽고.
올 해는 새로운 도구도 거금을 들여서 샀고, 펌킨 레이디의 비디오로 교육도 단단히 받았기 때문에 매우 야심차게 시작했건만, 결국 호박 한 덩이를 남겨두고 말았다. 아직도 손가락이 얼얼하니 아프구나 ㅠ.ㅠ
'거미와 마녀' 호박등은 손이 많이 간 만큼, 제일 마음에 드는 올해의 대표작이다.
새로 장만한 Pumpkin carving set.
왼쪽에 보이는 도구들은 주로 본격적인 조각작업 들어가기 전, 뚜껑을 열고 속을 파는데 사용했다. 매우 수월하게!
예전엔 뭣모르고 큰 식칼을 이용했는데, 칼로는 자르기도 힘들 뿐더러 무리하게 힘을 주다보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톱을 이용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톱은, CVS에서 샀던 carving kit보다 단단하고 좋긴 한데, 톱이 충분히 길지 않아서 좀 불편했다. 톱날을 바꾸는 것도 귀찮고... 전동톱이 가장 편하긴 한데, 아마존에서 평점 좋은 전동톱을 발견하지 못해서 그냥 수동으로 구입했다.
펌킨 레이디가 알려줬던 '호박등 만드는 기술' 중 내게 유용했던 정보 두 가지가 있었다.
- 하나는, 호박 꼭지 부분을 따내지 않고 밑둥을 드러내면 꼭지 부분도 예쁘게 보존되고, 촛불도 쉽게 넣을 수 있다는 것.
- 다른 하나는, 밑그림을 호박에 베껴 그려 넣을 때, 침으로 콕콕 찍어서 옮기는데, 이때 종이를 벗겨낸 후 호박에 밀가루로 쓱쓱 문질러 주면 밑그림이 더 잘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아! 이 보석같은 지혜! 밀가루로 호박을 문지르면 그림이 마술처럼 드러나기 때문에 소율이가 가장 기대하는 작업이다. 쉽기도 하고.
Happy Halloween!
소율이는 이 날, 나비 복장을 하고 호박파기에 동참하시었다. 유치원에서 있을 할로윈 파티에 준비해서 주문했던 건데, 받아보고 신나서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즐거움은 모르더니 점점 핑크색도 챙기고, 공주도 챙기고, 특별한 날도 챙길 줄 알고...
튼실한 호박 세덩이. 맨 왼쪽 호박은 마차라도 될 것 같은 풍모로다.
소율이의 역할이 많이 늘었다. 호박 속 긁기, 바늘로 질러서 호박에 그림 베끼기, 그리고 밀가루로 문지르기. 대바늘을 손에 쥐어주는게 좀 위험해 보여서 망설였는데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하는 걸 보니 나보다 나아보였다. 운전 할 때도 초보 때보다 좀 익숙해졌을 때 사고도 내고 그러는 거다.
원래는 플라스틱 송곳으로 그림을 베꼈었는데, 그게 뭉퉁하고 찔러지지 않아서 대바늘을 써봤더니 밀가루를 발라도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볼펜으로 베꼈다.
완성!
그저그래보였던 작품도 불만 밝히면 멋진 등이 되어주니... 이 맛에 해년마다 호박을 판다.
어느날, 소금자루를 지고 다리를 건너던 당나귀는 휘청거리다 그만 물에 빠져버리고 만다. 한참을 허우적대다가 겨우 물 밖으로 나오니 소금이 물에 녹아 짐이 한결 가벼워진 것이 아닌가. 이것을 경험한 당나귀는 소금자루를 지고 갈 때마다 일부러 물에 빠지는 꼼수를 부렸고, 이를 눈치챈 농부가 솜자루를 등에 얹어서 제 꾀에 제가 넘어가게 했다는 이솝우화가 있다.
이 이야기는 당나귀와 농부를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서 교훈이 달라지는 것 같다. 맨날 힘들게 일하고 착취만 당하던 당나귀가 무거운 소금자루를 등에 지고 가다가 어느날 우연히 물에 빠져 짐을 덜게되면서, '무거운 짐을 지고 갈 땐,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한결 가벼워 지더라' 는 교훈을 얻는다. 그리고 계속 강물에 빠져서 짐이 줄어 좀 살만해졌는데, 당나귀의 의도를 알아챈 농부가 당나귀를 혼쭐내려고 솜자루를 매고 가게 했더니, 못배운 당나귀는 농부의 계략에 딱 걸려들고 말았다' 라면, 이 이야기의 교훈은 '아는 것이 힘이다'가 될 것이다. 한편, 힘 없고 늙은 농부와 뺀질거리는 당나귀 한 마리가 등장한다면, 어쩐지 더 욕심부리지 말고(솜자루가 가벼웠는데도 불구하고 당나귀는 짐을 더 가볍게 만들고 싶은 욕심에 물에 뛰어든다) 성실하게 살아야 벌 받지 않는다는 교훈을 떠올릴 것이다. 음... 둘 다 과도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교훈이 맞기도 하겠구나. 꼭 교훈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어쨌건, 소율이에게 이솝우화를 읽어 준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소율이가 이야기들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는지는 항상 의문이다. 예전엔 아이가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읽어주면 대충 다 아는구나 생각했는데, 슬쩍슬쩍 질문을 던져보면 딴소리만 잔뜩 하는 것을 보고,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게 절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아직은 전체내용을 이해하기 보다는 예쁜 그림이랑 사소한 주변단어 몇몇이 더 재미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줄 때마다 궁금한 게, 소금자루는 물에 빠지면 더 가벼워지고, 솜자루는 물에 빠지면 더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소율이가 정말 이해하고 있을까였다. 물어보면 안다고는 하는데 실험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명 '소금자루 솜자루 실험'을 하였다. 어제.
물, 김장할 때 쓰던 굵은 소금, 솜, 그리고 면수건으로 만든 자루 두개를 준비하였다 (저울은 내용물을 자루에 담던 중에 생각나서 뒤늦게 실험에 참가했음).
굵은 소금과 솜을 각 자루에 꼭꼭 눌러담기
소금자루와 솜자루 물 속에 풍덩 집어 던지기 그리고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주기(당나귀가 물에서 버둥거렸던 효과를 재현). 소율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다.
<소율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실험결과>
저울을 가지고 놀면 행여 소율이가 숫자에 관심을 갖는다거나, 물에 빠지기 전, 후 무게가 변하는 걸 보고서 좋아 할까 싶었는데, 눈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자루들을 저울 위에 올리는 것만 좋아했다. 저울에 눈금이 바뀌는 걸 알기는 할까 모르겠다. 여러번 알려줬는데 통 눈길도 안주고.. 그래도 재밌다고 무척 좋아했다 하하. 나는 우리의 재미가 서로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소금자루_물에 빠지기 전
소금자루_ 물에 빠진 후 : 아주 살~짝 가벼워졌다. 조금 실망이다. 당나귀가 가벼워진 걸 알아챘을까 싶을만큼 살짝 가벼워져서. 자루가 커지면 녹는
양도 달라지겠지?
솜자루_물에 빠지기 전
솜자루_물에 빠진 후 :
솜은 확실히 물에 빠진 후에 무거워졌다. 소금자루가 물에 빠진 후보다, 마른 솜자루가 비교도 안되게 가벼웠는데, 그걸 더 가볍게 해보겠다고 물에 빠졌으니 -.-;; 당나귀야 너의 욕심이 참으로 과하였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과욕금지'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