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치과의사

Diary 2012. 1. 15. 14:38
 치과에 다녀왔다.
한국에서도 치과는 두려운 곳이지만, 미국에서 치과에 가야 할 상황이 되면 생래적 공포와는 질적으로 다른 두 가지 두려움이 앞선다.  
비싼 치료비와  이 비싼 치료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그것인데,  아마도 이것은 미국인들의 손놀림이 한국인들 만큼 노련하지 못하고 둔하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그 편견이 사실로 드러날 수도 있고, 아닐 수 도 있겠지만...    
여튼, 나도 미국에서 치과치료를 받는 것에 바짝 마음을 졸이다가,  보스턴에 가자마자 어금니에 씌웠던 크라운이 빠지는 바람에 치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일단 문을 열고보니, 미국의 치과도 그리 겁낼 곳은 아니더라는 말씀 (제대로 된 보험과 좋은 치과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필요하긴 하지만).  오히려, 기다릴 필요없이 예약 시간에 정확히 치료가 시작된다거나, 여유를 가지고 의사와 상담할 수 있는 큰 장점도 있었다. 친절함은 말할 것도 없고 치료도 잘 되었다. 이런 장점들이 비싼 치료비용을 상쇄할 만한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다음번 치료예약을 결정하는데는 확실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블루밍턴에 이사와서 새로 만난 치과의사는 Thomas라는, 이 동네에서 제법 인기가 많은 할아버지 치과의사였다. 
지긋한 연륜에서 묻어나는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나처럼 긴장하고 있는 이방인들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었을지...  한국을 떠나 있으니 나이드신 분들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한참 앞을 향해 달리기만 할 땐 그들의 잉여로운 관심이-.- 부담이었건만.
지난 주 까지, 우리 가족은 한 주에 한 명씩 돌아가며 Thomas 할아버지에게 정기검진을 받고 돌아왔는데  모두들 만족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기분이다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글학교  (15) 2012.01.19
Hard Ciders  (3) 2012.01.18
Happy New Year!  (1) 2012.01.04
20111102  (5) 2011.11.03
겨울맞이 茶 준비  (2) 2011.10.26
Posted by emptyroom
,

Happy New Year!

Diary 2012. 1. 4. 01:45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걸친 2주일의 지겨운 휴일이 끝나고 소율이가 유치원으로 복귀하였다. 아 얼마나 오늘을 기다렸던가!  소율이가 '엄마 심심해'를 외칠 때마다 참 괴로웠었다. 어렸을 땐 좀 낑낑거리고 말았을 것을, 이젠 좀 컸다고...  심심하다니. 아이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계속 자극 하는게 엄마의 가장 큰 일이다만, 하루종일 그러기가 여간 힘들지 않더라. -.-

새로운 곳에 와서 잔뜩 움추렸던 마음도 새해를 맞이하니 왠지 쭉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동지도 지나서 확실히 해가 점점 길어지는 것도 같고...  새해엔 적극적으로  나의 이웃들과 친구가 되리라. 그리고 짜투리 시간이나 작은 돈을 무의미하게 흘러보내지 않겠다는 다짐도 굳건히 해본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rd Ciders  (3) 2012.01.18
우리의 치과의사  (2) 2012.01.15
20111102  (5) 2011.11.03
겨울맞이 茶 준비  (2) 2011.10.26
녹색 부가타를 탄 자화상 ( Autoportait_Tamara de Lempicka)  (0) 2011.10.22
Posted by emptyroom
,


재작년인지 작년 봄인지 보스턴 우리집 근처에 있는 호수가에서 소율이랑 채집했던 들꽃들이다.
두꺼운 책 안에 끼워두고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우연히 들어올린 책 속에서 말린 꽃잎이 우수수 떨어질 때서야 아! 하고 탄성이 흘렀다.  밀려오는 향수, 보스턴, 봄날의 호숫가.  생각나면 훌쩍 문밖을 나서 뛰어가곤 했던 우리집 앞 그 호수가 너무 그립다.
블루밍턴에서는 호수도 안보이고,  산은 커녕 언덕배기도 없으니 참 답답하다... .고 말하기엔 내가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구나. 암튼, 봄이 되면 나아지겠지.

어쨌건...  이 말린 꽃들을 아껴두고 있다가 ,얼마전에 소율이가 하도 심심하대서 꺼내었다.
파티하면서 쓰다남은 종이접시가 항상 눈에 거슬렸는데,  이런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텅텅 비어있는 우리집 벽에 테이프로 잘 붙여주었다.


 
++ 댓글을 읽고 깨닫게 된 사실이 있어서 몇 자 덧붙여본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가족을 우리집에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YY가 아시아인들의 모임에서 알게 된 중국계 싱가폴인 부부와 그 아이들이였는데,  YY의 '우리 부인이 핫팟을 정말 좋아한다'는 얘기에 서슴치않고 우리를 저녁에 초대해 주셨던 분들이다.  정성스런 대접을 받고 뭔가  보답을 하고 싶어서 나도 초대했던 것인데, 문제는 우리집에 7명이 함께 할 만한 변변한 식탁이나 그릇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불타는 구글링에, 쇼핑몰 현장조사까지 쇼핑에 매달렸건만... 결국 머릿속을 맴돌던 값 나가고 예쁜 그릇들은, Pier 1 imports 에서 1-2 달러짜리 단순한 백자기들을 보자마자 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테이블도 마찬가지.....  그냥 가지고 있던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서 먹을만 하였다.
여튼, 그 파티를 마치고 나서는 예쁜 그릇에 대한 욕구가 아주 싹 사라지고 말았는데, 내면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말린 꽃들을 하필! 접시에 이렇게 꾸몄었던 것이다. 하하하. 무의식적 욕구의 예술적 승화! 
그 불타는 구글링 도중 우연히 채팅을 하게되어  나의 사정을 조금 알고 계씨는 '양'께서 이렇게 일깨워주시니 감사합니다. 역시 멀리서 봐야 보이는 모양. 이제 저 꽃 접시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내가 사고 싶었던 접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Activity & Craf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티커의 재활용_스텐실 기법  (0) 2012.02.09
발렌타인스데이 카드 만들기_마블링+꼴라쥬  (2) 2012.02.01
Snow Bunny_2011  (0) 2012.01.04
Jack O'Lantern_2011  (3) 2011.10.31
Pumpkin Carving Videos  (0) 2011.10.26
Posted by emptyroom
,


해가 갈수록 눈놀이가 즐거워지는 소율이랑-
 Bloomington이 올해엔 눈도 오지 않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 되는 이상기온현상을 보이고 있단다.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이날 하루 바짝 내렸던 눈도 다음날 싹 녹아버렸고, 우리의 눈 토끼도 하루 만에 사라졌다. 
 
Posted by emptyroom
,

No Soliciting!

Studying/English 2011. 12. 2. 01:11

우리 동네 입구에 No Soliciting! 이라는 푯말이 있다. 항상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면서 지나쳤는데, 방금 생각나서 찾아보니 내 상상과는 전혀 관련 없는 뜻이었음에 웃음이 피식.
방문판매나 종교적 전도활동 같은 원하지 않는 방문사절 이라는 뜻이었다.
이 푯말 하나가 꽤 효과적인듯.

'Studying > English' 카테고리의 다른 글

Amanda Gorman의 시, [The Hill We Climb]  (1) 2021.01.24
배수  (0) 2011.04.14
Story Telling  (0) 2011.01.31
11월 수업 첫 날  (1) 2010.11.15
모녀근황  (0) 2010.09.15
Posted by emptyroom
,


한 달도 전에 그린 거라서 기억이 가물거린다.
맨 아래 동물을 그린 후에 엄마도 똑같이 그려야 한대서 그 바로 위 그림 하나는 내가 그렸다.
 그런데 소율이는 왜 다리를 여러개 그리는 걸까? 

'Activity & Crafts > Soyul's Drawin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율이의 갤러리 쇼  (4) 2012.07.26
모자이크식으로 색칠하기  (3) 2012.07.26
달팽이, 무당벌레, 토끼  (1) 2011.11.11
엄마, 엄마  (0) 2011.10.17
오! 낙타  (2) 2011.10.17
Posted by emptyroom
,


달팽이랑 무당벌레는 나무퍼즐을 대고 그린 후에 색칠한 것.  색연필로 채색 후 물로 덧칠해서 파스텔 느낌이 난다.

'Activity & Crafts > Soyul's Drawing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자이크식으로 색칠하기  (3) 2012.07.26
말? 염소?  (2) 2011.11.11
엄마, 엄마  (0) 2011.10.17
오! 낙타  (2) 2011.10.17
애벌레  (1) 2011.10.17
Posted by emptyroom
,

20111102

Diary 2011. 11. 3. 00:27

드디어 오늘이다! 0,1,2 가 아름다운 대칭을 이루고 있는 멋진 오늘!   이 특별한 날이 내 생일이라니,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튜울립 100 송이를 뒷마당에 심기로 결심했다.
온라인으로 구근도 주문해 두었고, 오늘 아침엔 철물점에 가서 삽이랑 흙도 사가지고 돌아왔다.
오후에 YY가 돌아오면 땅 파기 시작할 것인데, 순조롭게  진행되면 좋겠다.

하지만 이미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이...
첫째는 온라인에 주문했던 튜울립 구근이 오늘까지 도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그래서 철물점에서 구근을 몇 개 샀다). 하여, 오늘은 우선 넓게 땅만 일군다는 목표를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하겠다.
둘째는 철물점에 가서 안 사실인데, 이미 튜울립 심을 시기가 지나고 말았단다  ㅠ.ㅠ
그래도 내년 3월 쯤엔 싹이 날거라니까 늦게라도 예쁜 꽃들이 피어나길 기원한다.  진즉 알았더라면....  오늘  할 특별한 일이 없었겠지. 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

+ 알아본 바, 튜울립은 땅이 얼기 전까지 심을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깊이 파고 흙으로 덮어 준 후에 지푸라기 같은 걸 깔아놓으면 괜찮다고 하니 안심이다. 

++ 삽질이 생각보다 매우 힘들었다. 가히 장작패기와 함께 남성의 힘이 빛나는 2대 종목인 것 같다.  

+++ 인증샷은 여기

소율이 유치원에 떨궈주고 바쁘다는 YY를 데려가서 철물점에서 산 흙이랑 비료,  구근 그리고 삽이다.
어쩐지 프로페샬한 정원사가 된 것 같아 +.+


자기도 거들겠다고 신이나서 갈쿠리와 물뿌리개를 쥐고 있는 소율이. 아빠가 지쳐서 먼저 들어가 버리고 난 뒤에도, 깜깜해질 때까지 엄마 옆을 지키며 '여기를 파라, 저길 좀 더 파라'  참견하고,  '엄마 땅 잘 판다!'며 격려해준 기특한 딸이다.

내가 새로운 물건이 앞에 보이면 우선 만져보고 써서 알아가는 타입인데 비해, YY는 설명서를 읽어야 물건에 손을 대는 사람이다. 이 날도 삽날을 세우기 전에 유튜브에서 완벽한 삽질 자세를 공부하고 있더라. 아 존경스럽다!
아마 저것이 공부를 해서 배운 완벽한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제가 더 그럴싸해 보이지요? ㅎㅎ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의 치과의사  (2) 2012.01.15
Happy New Year!  (1) 2012.01.04
겨울맞이 茶 준비  (2) 2011.10.26
녹색 부가타를 탄 자화상 ( Autoportait_Tamara de Lempicka)  (0) 2011.10.22
바람 부는 날에 소나무  (0) 2011.10.19
Posted by emptyroom
,


올해 만든 작품들
작은 호박 두 개, 큰 호박 두 개.  위에 보이는 작은 호박 두 덩이는 며 칠 전에 파 둔 것이고(이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어젯밤엔 아래에 보이는 큰 호박 두 덩이를 끝냈다.  호박은 작은 것 보다 큰 것이 더 파기 쉽다. 작은 그림보다는 큰 그림 파는 게 더 쉽고.
올 해는 새로운 도구도 거금을 들여서 샀고, 펌킨 레이디의 비디오로  교육도 단단히 받았기 때문에 매우 야심차게 시작했건만,  결국 호박 한 덩이를 남겨두고 말았다. 아직도 손가락이 얼얼하니 아프구나 ㅠ.ㅠ

'거미와 마녀' 호박등은 손이 많이 간 만큼, 제일 마음에 드는 올해의 대표작이다.  













* 이전 작품들 
http://mixedink.tistory.com/entry/Jack-Olantern




'Activity & Craf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이 접시에 말린 꽃_그리운 보스턴의 호수들  (4) 2012.01.04
Snow Bunny_2011  (0) 2012.01.04
Pumpkin Carving Videos  (0) 2011.10.26
어리석은 당나귀_소금자루와 솜자루 실험  (2) 2011.10.19
내려줘!  (0) 2011.10.17
Posted by emptyroom
,

겨울맞이 茶 준비

Diary 2011. 10. 26. 11:21
향긋한 모과차랑 생강차를 담궜다, 소율이랑.

이제 감기가 와도 기댈 것이 생겼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ppy New Year!  (1) 2012.01.04
20111102  (5) 2011.11.03
녹색 부가타를 탄 자화상 ( Autoportait_Tamara de Lempicka)  (0) 2011.10.22
바람 부는 날에 소나무  (0) 2011.10.19
블루밍턴에서 살아가기  (2) 2011.10.15
Posted by emptyro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