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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10. 10. 20. 06:59


이 주일 전에 텀블러를 구입했다.
날마다 커피 값으로 나가는 돈을 아끼려 하나 장만했더니만 이젠 한 잔을 더 마시게 되어서 -.-;; 결국 커피 값으로 나가는 돈은 비슷한가?(좀 줄긴 줄었겠지) 텀블러 용량은12oz로 스타벅스 tall 사이즈 정도다. 이걸 사기 전엔 무조건 슬림하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 편한 것으로 골랐는데, 막상 써보니 좀 더 커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와 도시락을 준비하고 소율이 챙기느라 정신없는 아침 시간을 보내면, 학교 가는 차를 타야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는데, 이때 딱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텀블러가 생긴 덕에 가장 행복해진 20분! 창 밖 풍경도 구경하고 음악도 들으면서 커피를 홀짝거리는게 너무 좋다(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곁에 있으면서도 내가 해야 할 일 따위는 없구나!). 남은 커피는 수업시간에 마시는데 그때까지 뜨겁게 있어주니 고맙다.

양이 좀 부족하다는 것 외에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텀블러다. 양이 부족한 것은, 아침에 커피를 담아가서 마시고,  오후엔 티백을 준비해 뒀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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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orning blues

Diary 2010. 10. 13. 06:53
오늘이 월요일은 아니지만...
어젠 Columbus day라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월요일 느낌 나는 화요일이다.  
한국에서 일을 하던 시절엔 이 월요병을 일요일 저녁부터 혹독하게 치렀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 하지 못하면서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찍부터 잠을 청해도 별 소용이 없고, 일단 월요일 아침이 되어 내 자리에 앉아서 몇 가지 일들을 시작해야 불안이 가셨다 (사실 요일을 불문하고 항상 해야 할 일에 쫓겨서 불안한 상태이긴 했지만...). 난 이걸 Sunday neurosis라고 믿고 있었는데 (단어에 Monday가 아니라 Sunday가 들어가 있고, 신경증이라는 용어가 있으니...), 찾아봤더니 Sunday neurosis는 일중독에 걸린 이들이 주말이나 휴일동안의 할 일 없는 상태에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찌되었건, 이 월요병은 일을 그만 둔 이후에도 꽤 지속되었다가, 미국에 와서 요일이 뭔지, 시간에 쫓기는게 뭔지 모르고 살다보니 나랑은 상관없는 병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와서 다시 이 병이 재발하는 것 같다. 소율이가 일요일 저녁만 되면 슬슬 불안한 기색을 보이면서 잠자는 동안 뒤척이는 것 같고, 월요일 아침엔 나와 헤어지는 것을 더 힘들어 하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서 불안해지고 만다. 오늘은 특히 더 그랬는데, 3일 동안 정신없이 놀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려니 힘들었다. 소율이도 소율이지만 나도  프리젠테이션과 시험이 있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홀가분한 기분은 아니었다. 수업에 들어갔더니 친구들도 반 정도는 학교엘 오지 않았더라. -.- 출석한 친구들이나 선생님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
일단 사회 속에 발을 담그면 월요병은 필연적인 것인가?! 이젠 주말마다 쏘다니지 말고 하루 정도는 평온하게 집에서 늘어져 있어야 겠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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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ish list

Diary 2010. 9. 30. 11:46
내 시간이 생기고,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갖고 싶은 게 많아졌다. 아, 그 전부터 갖고 싶었던 것들인가? 가벼운 노트북도 하나 새로 장만하고 싶고, 재봉틀도 좋은 놈으로 있으면 좋겠고, 또 아이폰이랑...

우선 재봉틀을 사서 이불을 만들어 팔고, 그 돈으로 노트북이랑 아이폰 사는 게 정답인가? -.-
슬슬 찬바람도 불어오고 다시 천조각을 꺼내어 바느질 할 때가 된듯하다. 퀼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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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카드 도착

Diary 2010. 9. 21. 12:52
지난 주에 지갑을 잃어버렸다. 드디어!
이렇게 정신줄 놓고 지내다가 큰 일 하나 저지르겠다 싶었는데 어리둥절 없어진지도 모르게 그 큰 지갑을 잃어버렸다. 잃어버리고도 하루가 지나서야 깨달았으니....

지갑 잃어버린게 뭔지 실감도 안났는데(안에 뭐가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난다), 현금카드가 없다는 게 가장 불편하였다. 현금만 쓰다보니 동전은 한움큼씩 쌓이고.
그러다 오늘 드디어 현금카드가 도착했다. 반갑기는 한데, 이것을 넣고 다닐 데가 없으니 이제야 잃어버린 내 빨간색 지갑이 눈 앞에 아른거리면서 마음이 아파온다. 몇 년 전에 YY가 먼 곳 출장갔다가 애지중지 사왔던 것인데...  차마 지갑 사겠다는 말도 못하고 요즘 필통에 동전이며 교통카드 도서관 카드를 넣고 다니고 있다.
내일 모레가 우리 결혼 기념일인데, 눈치를 보아하니 그 때 하나 얻어 쓸 수 있을 듯.
이번에 지갑 생기면 목에 걸고 다녀야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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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

Diary 2010. 9. 18. 11:53
요즘처럼 쌀쌀한데 집에 남방도 안되는 날엔 내복이 제격이다.
어젠 어쩌다보니 내복을 뒤집어 입고 잤는데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더라.
 솔기 부분이 살에 닿는게 싫었는데 그게 밖으로 나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아니 지금껏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도 내복 뒤집어 입고 글쓰는 중. 아하하 너무 좋아. *_*  이제부터 속옷은 다 뒤집어 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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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소율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종일 있었던 날이고, 나 또한 새로운 영어클래스를 들었던 첫 날이다. 오늘은 각자의 둘째 날.
첫 날, 유치원에서 잘 놀던 소율이는 늦은 오후가 되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오늘 아침엔 씩씩하게도  '오늘은 안 울꺼야' 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오늘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하니 마음이 찡했다.

내 수업은 12시 반이면 끝나는데, 근처에 있는 까페테리아에서 몇 시간 책을 보고, 공원도 걷고 그래도 또 시간이 남아서 유치원 주위를 뱅뱅 돌았다. 어찌 그리도 시간은 더디 가는지....
멀찍이 유치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데 소율이 모습은 보이지를 않아 걱정스러웠더니만, 그 시간에 우리 딸은 울고 있었구나. 교실로 들어가 눈물자국이 범벅인 아이를 한참 동안 꼭 안아주었다. 준비한 초콜렛도 하나 주고....  
초콜렛을 맛나게 먹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수다가 끊이지를 않았다. 하루종일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을꼬, 우리 딸! 엄마가 없어서 울었는데, 이제 엄마를 만나서 너무 좋다며 까불까불.  
이제 유치원엔 안 가겠다는데 내일 아침이 되어도 안가겠다고 하려나? 내일은 그냥 일찍 데려올까? 어떻게 하는게 장기적으로 좋은 걸까? 모르겠다. yy에게 물어보면 '그냥, 냅둬~'라고 한마디 툭 던진다. 사람 참......  시크하네. ㅠ.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내가 '어떻게 할까?' 묻고, YY가 '그냥 냅둬' 라고 했는데, 이걸 들은 소율이의 한마디,  '엄마 그냥 냅두지 마~!'
말이라도 통해서 실컷 떠들어대면 그렇게 마음이 힘들지는 않을텐데...
어쨌건,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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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급작스럽게 여행지를 정해 놓고, 며칠 전부터 부랴부랴 준비하느라 바쁘다.

한국에 다녀온 후, 내가 '이번 여름에 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다'며 계속 투덜거렸더니, YY가 Acadia National Park 을 하이킹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 곳이 보스턴에서 자동차로 5시간 쯤 걸리는,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이란다. 그리하여, Bar Harbor에 3박 4일간 머무르면서 Acadia National Park 하이킹 계획을 세웠다. 달리 이견은 없는데, 나는 좀 한가롭게 뒹굴거리다가 오는 편안한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마음의 준비는 덜 된 상태다. 소율이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소율이는 요즘 외출하는 것도 싫고, 여행도 싫다고... -.- 이건 한국에 다녀온 후유증이다)

어젠 카메라와 여행책자 몇 권을 샀고,  오늘 아침엔 숙박소를 예약한 후, 진정한 산사람이 되기 위해, 혹은 산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REI에서 하루종일 쇼핑을 했다(...라지만, 별로 산 건 없군).
작정하고 등산용품을 보러 간 건 처음인데, 쭉 둘러보니 진정 나의 세계를 만난 것 처럼 편안하면서도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었다. 잠자고 있던 나의 본성 중 일부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랄까! 문 닫을 시간이라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물건들을 둘러보다가 등산복 몇 벌과 무려, 아이를 업고 산을 오를 수 있는 특수한 베이비 캐리어를 사서 돌아왔다.  YY는 이 캐리어가 필수품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물건이다. 몇 시간을 걷는 것도 힘들텐데, 아이를 업어서 가야하고, 이 캐리어의 자체 무게만도 3kg이나 되니....   2-3시간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목표를 잡고, 소율이가 한 시간 정도를 걸어주면 YY 와 내가 번갈아서 업고 갈 수 있다! 생각하고 사긴 샀는데, 이 캐리어에 소율이를 담고 연습삼아 매장을 2-3분 걸었더니 다리가 후덜덜 하더라. 우리 잘 할 수 있을까?

내일도 다시 등산 용품점에 가서 모자와 등산화(이번에 등산화를 산다면, 내 평생 처음으로 등산화라는 것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몇 가지 물품들을 더 구비할 생각이다. 지금 Hiking & Backpacking 이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물건들을 구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다 필요해 보이면서 또 다 쓸데없어 보이니. 이번엔 그저 답사한다는 생각으로 슬슬 다녀보고, 주말마다 하이킹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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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your time!

Diary 2010. 8. 20. 00:53
며칠 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행색이 초라한 어떤 아저씨가 남자 화장실로 다가가서 노크해 보더니 인기척이 들리자 'Take your time~!' 이라고 크게 외치고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그러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찡긋해 보이더니 아예 근처 소파에 자리를 잡고 뒤로 푹 기대어 양 다리를 쭉 뻗고 앉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틀 전엔, 우리 집 앞을 관통하여 시내를 지나는 전철, B-line 철로에 차가 덥치는 바람에 전철역 몇 구간이 운행을 중단하여 전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 운행을 하는 전철역까지 옮겨가야 하는 일이 발생 했었다(멀쩡한 차가 왜 철로를 들이 박았는지 알 수 없다. 다음날 메트로 신문에 이 사건이 실렸었는데, 운전자는 다치지 않았다는 말만 있었다). 하필 나도 소율이와 그 전철을 타고 있었는데, 내가 유모차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셔틀을 먼저 타도록 해주었더랬다. 그런데 뒤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허둥지둥 했던 모양인지, 직원 아저씨가 유모차 올리는 것을 도와주며 "Take your time"이라는 말 한 마디를 건넸다. 그 말 한 마디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동시에 좀 부끄럽기도 했다. '허둥지둥 하는 게 다 보였구먼...-.-' 하는 마음에)  

언젠가, 식료품 가게에서 백발이 성성한 어느 노부인이 느릿느릿 짐을 챙겨 나가는데 점원이 'Take your time, as long as you want' 라고 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Take your time' 이라는 말, 참 고마운 말이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하셔도 되요' 이쯤 될텐데...  한국에서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특히 관공서에서 줄이 길게 늘어선 경우엔, 좀 꾸물거리다 보면 직원의 눈치를 받기 십상이다. 버스 기사 아저씨도 '빨리 빨리!, 뒤로 들어가세요'를 외칠 뿐, '천천히, 조심히 타세요'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기야 사람들이 잘못이겠는가, 사회 시스템이 그런 것을...  우리 나라에서 일 처리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는 것을 이곳에서 새삼 느꼈다. 빠른 서비스를 즐길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도 누군가에게 항상 등 떠밀리는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꾸물거리거나 뭘 빨리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답답함에 가슴을 치던 사람이다. 그랬던 내가, 이젠 '민첩한 무리'  보다는 '꾸물거리는 무리'에 가까워져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느릿느릿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함 보다는 애처러운 마음이 먼저 일어서, 그들이 일을 무사히 마치는 것을 숨 죽이고 지켜본 다음에야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간다.
소율이가 자라고, 내가 다시 바쁜 사회인이 된다 해도 '천천히 하세요'라는 말을 기꺼이 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음... 생각해보니 멀리 갈 것도 없구나. 소율이에게 '얼른!, 빨리!'나 외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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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처음으로 Larz Anderson Park에 다녀왔다.
우리집에서 2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이제서야 가보다니...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그릴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지정되어 있어서, 미리 예약하면 수 십명이 파티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떠나올 때 보니, 서 너 팀이 아이들의 생일 축하파티를 하거나, 졸업 축하 파티 중이었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오전엔 H마트에 가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오후 2시-3시 쯤에서야 집을 나와 근처 멕시칸 음식점에서 산 브리또를 도시락 삼아 들고 가서는 서 너 시간 뒹굴거리다 돌아왔다.
YY는 책을 보느라 매트에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정말 뒹굴뒹굴, 옆으로 거위부대가 지나가는데도 가만히 누워서 책만보고 계셨음 -.- ), 그 사이 나랑 소율이는 근처를 탐색했다.

우리 바로 뒷쪽에 주말농장 비슷한 게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렇게 밭과 밭 사이로 길이 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어느 밭에 뭐가 심어져 있나 구경했다. 대체로 어여쁜 꽃들이 탐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었고,  때로 토마토나 가지,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좀 더 먼 곳에, 이런 건물이 있었는데 여기는 용도를 잘 모르겠다. 마지막 계단이 연못과 바로 맞닿아 있어서, 물 위에 떠있는 개구리 밥도 건져낼 수 있고, 돌멩이도 퐁당퐁당 빠뜨릴 수 있어서 재미있긴 한데....
아래 사진에 보이는 이 두 아이는, 우리가 자리를 편 곳 근처에서도 잠자리채 비슷한 것을 들고 연못가를 어슬렁거리며 뭘 열심히 건져내고 있었는데, 우리가 여기 도착했을 때 막 손가락만한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건졌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딱 한 마리 잡은 거냐고 물었더니, 좀 전에도 한 마리 잡았었는데 도망가 버렸다며 찢어진 페트병을 보여주었다.


소율이는 오는 길에 떨어져 있던 버드나무 가지를 질질 끌고와서 계속 휘적거리며 소란을 피웠는데, 엄마랑 나란히 앉아 책을 보던 아이가 고개를 돌려 소율이를 쳐다보곤 했다. 책을 읽기에도 좋을 곳이었겠다, 소율이만 아니었다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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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과 끈기

Diary 2010. 8. 14. 11:17
주부가 해야 할 일은 아니겠다만, 요즘에 Angry birds라는 게임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꽤 오래 전에 YY가 내 아이팟에 깔아 둔 게임인데, 처음엔 뭐 이런걸 다 깔아 놨어? 하며 시큰둥 하다가(내가 평소 게임을 잘 안하는 사람이다- 라고 하기엔 이를 반증하는 역사가 있구나! 어쨌든,) 한번씩 건드려보니 이게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율이가 잠들락 말락 하는 순간, 이 때는 내가 곁을 떠나 방을 나오면 귀신같이 알고 일어나서 울지만, 내가 옆에만 있다면 뭘 하든 상관하지 않는 순간인데, 이 때마다 찔끔찔끔씩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홀딱 빠져서 요즘엔 아예 틈만 나면 하고 있다 (그래서 싸이고, 블로그고 나몰라라 -.-).
무슨 게임이든 YY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게 나의 목표인데, 이미 YY가 넘지 못한 레벨도 무수히 넘겼고, 그는 이 게임에서 손을 놓은지 한 달도 넘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마 내 앞에 놓여있는 모든 레벨을 다 깨야 손을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 편하게.  
그런데, 어제부터 끊임없이 했는데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을 만나고야 말았다. 이참에 그만 둬야 할 것인가!




나는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는 것이 큰 죄악이라 생각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 대학을 다닐 때까지 한번도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친구의 소개로 크라운인지 캘러그인지.. 에서 만든 사이트에 들어가 게임을 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 포인트로 경품을 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포인트가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여 한번에 확 쌓이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제한된 포인트가 쌓인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경품으로 '죠리퐁 한 박스'를 얻는데 일년 이상이 걸렸다. 그것도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열심히 게임을 해서....  그 죠리퐁 한 박스는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몇 날 며칠을 먹었더랬다. 어떤 날은 죠리퐁에 우유를 말아서 끼니를 때우기도... -.-  어쨌건 그래서 그 후, 몇 년 동안 죠리퐁은 입에도 안댔다.

그 뒤에 또 게임을 열심히 해서 포인트를 쌓아 믹서기를 하나 받았는데, 아마 그것도 일년은 족히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땐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참 연애를 하던 시기인데, 내가 술을 마시느라 12시를 넘겨 귀가를 하는 날엔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그 믹서기가 도착한 날, 친구들을 자취방으로 불러서 생과일 쥬스를 만들어 대접했다.)

나의 이 '게임의 역사'는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를 보며 YY가 아이팟 중독이라고 하길래 ( 허구헌날 트위터와 게임을 하느라 눈을 떠서 다시 눈을 감는 순간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 보통은 아이팟을 베개 밑에 넣어어두고),  '원래, 나는 게임이란 것을 몰랐던 사람이다! 당신을 만나서 이렇게 되었다!' 라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며 우리의 연애시절 나를 대신해 게임을 해주던 그 일화를 상기시켜 주었다.  

나의 이 내재된 근면과 끈기가 좀 더  옳게 쓰여야 할터인데, 게임을 해야 눈을 뜨니...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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