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소율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종일 있었던 날이고, 나 또한 새로운 영어클래스를 들었던 첫 날이다. 오늘은 각자의 둘째 날.
첫 날, 유치원에서 잘 놀던 소율이는 늦은 오후가 되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오늘 아침엔 씩씩하게도  '오늘은 안 울꺼야' 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는데....  오늘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하니 마음이 찡했다.

내 수업은 12시 반이면 끝나는데, 근처에 있는 까페테리아에서 몇 시간 책을 보고, 공원도 걷고 그래도 또 시간이 남아서 유치원 주위를 뱅뱅 돌았다. 어찌 그리도 시간은 더디 가는지....
멀찍이 유치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데 소율이 모습은 보이지를 않아 걱정스러웠더니만, 그 시간에 우리 딸은 울고 있었구나. 교실로 들어가 눈물자국이 범벅인 아이를 한참 동안 꼭 안아주었다. 준비한 초콜렛도 하나 주고....  
초콜렛을 맛나게 먹더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수다가 끊이지를 않았다. 하루종일 얼마나 말이 하고 싶었을꼬, 우리 딸! 엄마가 없어서 울었는데, 이제 엄마를 만나서 너무 좋다며 까불까불.  
이제 유치원엔 안 가겠다는데 내일 아침이 되어도 안가겠다고 하려나? 내일은 그냥 일찍 데려올까? 어떻게 하는게 장기적으로 좋은 걸까? 모르겠다. yy에게 물어보면 '그냥, 냅둬~'라고 한마디 툭 던진다. 사람 참......  시크하네. ㅠ.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내가 '어떻게 할까?' 묻고, YY가 '그냥 냅둬' 라고 했는데, 이걸 들은 소율이의 한마디,  '엄마 그냥 냅두지 마~!'
말이라도 통해서 실컷 떠들어대면 그렇게 마음이 힘들지는 않을텐데...
어쨌건,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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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otte's Web

Books 2010. 8. 30. 14:13
몇 년 전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예전엔 상영하는 영화를 거의 놓치지 않고 봤는데 요즘엔 무슨 영화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기 전엔 샤롯이 저 여자 아이의 이름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거미었다.  책으로 읽으면 영화로 보는 때보다 확실히 샤롯의 대사에 많이 집중하게 된다.

모 블로거께서 '샤롯의 거미줄 정도 수준의 책을 몇 줄 읽고, 기억해서 옮겨적는 연습을 하면 영어를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셔서 읽기 시작했다. 원래는 한번 읽어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날마다 조금씩 읽고 기억해서 써봐야지 했는데, 일단 읽고나니 다시 읽기가 귀찮아서 손 놓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9월부터는 진짜 이 책으로 영어 연습하겠노라 생각하고 있다. 여행만 다녀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쓰는 건 무리일 것 같고, 맘에 드는 몇몇 문장만 기억해서 쓰기 연습하겠다.
우선 몇 줄 쓰기 부터- :)
 

연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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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급작스럽게 여행지를 정해 놓고, 며칠 전부터 부랴부랴 준비하느라 바쁘다.

한국에 다녀온 후, 내가 '이번 여름에 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다'며 계속 투덜거렸더니, YY가 Acadia National Park 을 하이킹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 곳이 보스턴에서 자동차로 5시간 쯤 걸리는,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이란다. 그리하여, Bar Harbor에 3박 4일간 머무르면서 Acadia National Park 하이킹 계획을 세웠다. 달리 이견은 없는데, 나는 좀 한가롭게 뒹굴거리다가 오는 편안한 여행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마음의 준비는 덜 된 상태다. 소율이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소율이는 요즘 외출하는 것도 싫고, 여행도 싫다고... -.- 이건 한국에 다녀온 후유증이다)

어젠 카메라와 여행책자 몇 권을 샀고,  오늘 아침엔 숙박소를 예약한 후, 진정한 산사람이 되기 위해, 혹은 산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REI에서 하루종일 쇼핑을 했다(...라지만, 별로 산 건 없군).
작정하고 등산용품을 보러 간 건 처음인데, 쭉 둘러보니 진정 나의 세계를 만난 것 처럼 편안하면서도 그렇게 흥분될 수가 없었다. 잠자고 있던 나의 본성 중 일부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랄까! 문 닫을 시간이라는 방송이 나올 때까지 물건들을 둘러보다가 등산복 몇 벌과 무려, 아이를 업고 산을 오를 수 있는 특수한 베이비 캐리어를 사서 돌아왔다.  YY는 이 캐리어가 필수품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걱정스러운 물건이다. 몇 시간을 걷는 것도 힘들텐데, 아이를 업어서 가야하고, 이 캐리어의 자체 무게만도 3kg이나 되니....   2-3시간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목표를 잡고, 소율이가 한 시간 정도를 걸어주면 YY 와 내가 번갈아서 업고 갈 수 있다! 생각하고 사긴 샀는데, 이 캐리어에 소율이를 담고 연습삼아 매장을 2-3분 걸었더니 다리가 후덜덜 하더라. 우리 잘 할 수 있을까?

내일도 다시 등산 용품점에 가서 모자와 등산화(이번에 등산화를 산다면, 내 평생 처음으로 등산화라는 것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몇 가지 물품들을 더 구비할 생각이다. 지금 Hiking & Backpacking 이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물건들을 구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다 필요해 보이면서 또 다 쓸데없어 보이니. 이번엔 그저 답사한다는 생각으로 슬슬 다녀보고, 주말마다 하이킹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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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통

카테고리 없음 2010. 8. 28. 05:51
괜히 심통이 난다.
이런 날엔 다리가 후들후들하게 뛰어야 하는데..
YY가 빨리 오면 좋겠다.
이 글을 읽걸랑 빨리 와 주시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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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엔 며칠 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
오늘은 뭐하고 노나, 고민 하다가 예전에 말려두었던 꽃이 생각나서 소율이게 꺼내 주었다.
진짜 멋있는 작품 한번 만들어야지 하고 아껴 두었던 것들인데...
책장 사이 사이에 숨겨진 꽃을 찾아 낼 때마다 소율이가 좋아서 소리를 질렀다. 많이 말렸던 것 같은데 막상 펼쳐보니 생각보다 적어서 아쉬웠다. 이 비만 그치면 내 당장 채집 나가리.


소율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무지게 나뭇잎을 한장 한장 붙였다. 이렇게 하면 엄마는 좀 더 시간을 벌 수 있어서 좋다. ㅎㅎ


밑에 까만색 종이를 깔자고 했더니 싫단다. 흰색꽃이 하이라이트인데 배경이 같은 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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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your time!

Diary 2010. 8. 20. 00:53
며칠 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행색이 초라한 어떤 아저씨가 남자 화장실로 다가가서 노크해 보더니 인기척이 들리자 'Take your time~!' 이라고 크게 외치고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그러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찡긋해 보이더니 아예 근처 소파에 자리를 잡고 뒤로 푹 기대어 양 다리를 쭉 뻗고 앉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틀 전엔, 우리 집 앞을 관통하여 시내를 지나는 전철, B-line 철로에 차가 덥치는 바람에 전철역 몇 구간이 운행을 중단하여 전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 운행을 하는 전철역까지 옮겨가야 하는 일이 발생 했었다(멀쩡한 차가 왜 철로를 들이 박았는지 알 수 없다. 다음날 메트로 신문에 이 사건이 실렸었는데, 운전자는 다치지 않았다는 말만 있었다). 하필 나도 소율이와 그 전철을 타고 있었는데, 내가 유모차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셔틀을 먼저 타도록 해주었더랬다. 그런데 뒤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허둥지둥 했던 모양인지, 직원 아저씨가 유모차 올리는 것을 도와주며 "Take your time"이라는 말 한 마디를 건넸다. 그 말 한 마디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동시에 좀 부끄럽기도 했다. '허둥지둥 하는 게 다 보였구먼...-.-' 하는 마음에)  

언젠가, 식료품 가게에서 백발이 성성한 어느 노부인이 느릿느릿 짐을 챙겨 나가는데 점원이 'Take your time, as long as you want' 라고 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Take your time' 이라는 말, 참 고마운 말이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하셔도 되요' 이쯤 될텐데...  한국에서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특히 관공서에서 줄이 길게 늘어선 경우엔, 좀 꾸물거리다 보면 직원의 눈치를 받기 십상이다. 버스 기사 아저씨도 '빨리 빨리!, 뒤로 들어가세요'를 외칠 뿐, '천천히, 조심히 타세요'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기야 사람들이 잘못이겠는가, 사회 시스템이 그런 것을...  우리 나라에서 일 처리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는 것을 이곳에서 새삼 느꼈다. 빠른 서비스를 즐길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도 누군가에게 항상 등 떠밀리는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꾸물거리거나 뭘 빨리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답답함에 가슴을 치던 사람이다. 그랬던 내가, 이젠 '민첩한 무리'  보다는 '꾸물거리는 무리'에 가까워져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느릿느릿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함 보다는 애처러운 마음이 먼저 일어서, 그들이 일을 무사히 마치는 것을 숨 죽이고 지켜본 다음에야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간다.
소율이가 자라고, 내가 다시 바쁜 사회인이 된다 해도 '천천히 하세요'라는 말을 기꺼이 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음... 생각해보니 멀리 갈 것도 없구나. 소율이에게 '얼른!, 빨리!'나 외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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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처음으로 Larz Anderson Park에 다녀왔다.
우리집에서 2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이제서야 가보다니...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그릴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지정되어 있어서, 미리 예약하면 수 십명이 파티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떠나올 때 보니, 서 너 팀이 아이들의 생일 축하파티를 하거나, 졸업 축하 파티 중이었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오전엔 H마트에 가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오후 2시-3시 쯤에서야 집을 나와 근처 멕시칸 음식점에서 산 브리또를 도시락 삼아 들고 가서는 서 너 시간 뒹굴거리다 돌아왔다.
YY는 책을 보느라 매트에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정말 뒹굴뒹굴, 옆으로 거위부대가 지나가는데도 가만히 누워서 책만보고 계셨음 -.- ), 그 사이 나랑 소율이는 근처를 탐색했다.

우리 바로 뒷쪽에 주말농장 비슷한 게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렇게 밭과 밭 사이로 길이 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어느 밭에 뭐가 심어져 있나 구경했다. 대체로 어여쁜 꽃들이 탐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었고,  때로 토마토나 가지,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좀 더 먼 곳에, 이런 건물이 있었는데 여기는 용도를 잘 모르겠다. 마지막 계단이 연못과 바로 맞닿아 있어서, 물 위에 떠있는 개구리 밥도 건져낼 수 있고, 돌멩이도 퐁당퐁당 빠뜨릴 수 있어서 재미있긴 한데....
아래 사진에 보이는 이 두 아이는, 우리가 자리를 편 곳 근처에서도 잠자리채 비슷한 것을 들고 연못가를 어슬렁거리며 뭘 열심히 건져내고 있었는데, 우리가 여기 도착했을 때 막 손가락만한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건졌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딱 한 마리 잡은 거냐고 물었더니, 좀 전에도 한 마리 잡았었는데 도망가 버렸다며 찢어진 페트병을 보여주었다.


소율이는 오는 길에 떨어져 있던 버드나무 가지를 질질 끌고와서 계속 휘적거리며 소란을 피웠는데, 엄마랑 나란히 앉아 책을 보던 아이가 고개를 돌려 소율이를 쳐다보곤 했다. 책을 읽기에도 좋을 곳이었겠다, 소율이만 아니었다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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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 Story 3 와 Day & Night

Film 2010. 8. 15. 12:53

계획이 어긋나서 지난 주에  보지 못했더니, 근처 3D 상영관은 그 새를 못참고 막을 내리고 말아서  어쩔 수 없이 2D로 보았다. 3D로 보면 얼마나 다르려나 궁금하다. 살짝 아숩기도 하고.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이미 2에서 암시된 바 있었던 중요한 문제, 아이가 자라서 더 이상 장난감이 필요 없어지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에 당면한 장난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난감들의 입장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 혹은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이랄 수 있겠다. 전 작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똘똘 뭉친 장난감들은 함께 난제를 잘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지만, 어쩐지 난 가슴이 뭉클했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앤디를 멀리 보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주인을 보내야 하는 장난감들도 슬프고, 엄마도 슬프고....  고통없이 성장할 수는 없는 법이다.

- Day and Night

Toy story 3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Day and night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는데
토이스토리에 비견할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집에 와서 검색을 해봤다. 역시 뒤져보면 없는게 없는 세상이다. Youtube에  풀버전이 이미 올라와 있었다 ^^
영상과 음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첫 장면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호기심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확 몰입시키더니, 이내 끝나버려 아쉬움을 남기는 단편 애니메이션.
나는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는 단편이 좋다.  단편 소설, 단편 영화, 단막극장....... 내가 호흡도 짧고, 성격도 급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복잡한 걸 별로 안 좋아해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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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과 끈기

Diary 2010. 8. 14. 11:17
주부가 해야 할 일은 아니겠다만, 요즘에 Angry birds라는 게임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꽤 오래 전에 YY가 내 아이팟에 깔아 둔 게임인데, 처음엔 뭐 이런걸 다 깔아 놨어? 하며 시큰둥 하다가(내가 평소 게임을 잘 안하는 사람이다- 라고 하기엔 이를 반증하는 역사가 있구나! 어쨌든,) 한번씩 건드려보니 이게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율이가 잠들락 말락 하는 순간, 이 때는 내가 곁을 떠나 방을 나오면 귀신같이 알고 일어나서 울지만, 내가 옆에만 있다면 뭘 하든 상관하지 않는 순간인데, 이 때마다 찔끔찔끔씩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홀딱 빠져서 요즘엔 아예 틈만 나면 하고 있다 (그래서 싸이고, 블로그고 나몰라라 -.-).
무슨 게임이든 YY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게 나의 목표인데, 이미 YY가 넘지 못한 레벨도 무수히 넘겼고, 그는 이 게임에서 손을 놓은지 한 달도 넘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마 내 앞에 놓여있는 모든 레벨을 다 깨야 손을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 편하게.  
그런데, 어제부터 끊임없이 했는데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을 만나고야 말았다. 이참에 그만 둬야 할 것인가!




나는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는 것이 큰 죄악이라 생각하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라, 대학을 다닐 때까지 한번도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친구의 소개로 크라운인지 캘러그인지.. 에서 만든 사이트에 들어가 게임을 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 포인트로 경품을 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포인트가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여 한번에 확 쌓이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제한된 포인트가 쌓인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경품으로 '죠리퐁 한 박스'를 얻는데 일년 이상이 걸렸다. 그것도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열심히 게임을 해서....  그 죠리퐁 한 박스는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몇 날 며칠을 먹었더랬다. 어떤 날은 죠리퐁에 우유를 말아서 끼니를 때우기도... -.-  어쨌건 그래서 그 후, 몇 년 동안 죠리퐁은 입에도 안댔다.

그 뒤에 또 게임을 열심히 해서 포인트를 쌓아 믹서기를 하나 받았는데, 아마 그것도 일년은 족히 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땐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참 연애를 하던 시기인데, 내가 술을 마시느라 12시를 넘겨 귀가를 하는 날엔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그 믹서기가 도착한 날, 친구들을 자취방으로 불러서 생과일 쥬스를 만들어 대접했다.)

나의 이 '게임의 역사'는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를 보며 YY가 아이팟 중독이라고 하길래 ( 허구헌날 트위터와 게임을 하느라 눈을 떠서 다시 눈을 감는 순간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 보통은 아이팟을 베개 밑에 넣어어두고),  '원래, 나는 게임이란 것을 몰랐던 사람이다! 당신을 만나서 이렇게 되었다!' 라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며 우리의 연애시절 나를 대신해 게임을 해주던 그 일화를 상기시켜 주었다.  

나의 이 내재된 근면과 끈기가 좀 더  옳게 쓰여야 할터인데, 게임을 해야 눈을 뜨니...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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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Diary/Jogging 2010. 8. 10. 02:58
몸이 자꾸 굽는는 것 같아서 뛰는 것과 요가를 병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근력에 대한 욕심도 있는데, 근력을 기르려면 무거운 것들을 들어야 한대서 그만 두었다 (소율이 들고-.- 다니는 것도 힘들다).
요가 스승을 찾아 웹서핑을 했더니 '옥주현의 요가'가 눈에 띄지 않겠는가. 어젯밤에 다운받아서 한번 따라해봤는데, 이건 뭐 '한 달 만에 시험성적 몇 점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버전의 요가였다.  살이 잘 빠지는 동작들만 모아서 구성했다면서 호흡과 비교적 간단한 동작 두어 개를 한 후에 바로 몸이 비비 꼬이는 동작으로 건너 뛰는데 도저히 따라할 수 없겠더라. 중간에 몇 번씩 드러누워 버렸다. 다시 기본 동작부터 차분히 다져주는 참한 프로그램을 찾아 봐야지.

보스턴에 도착한 이 후에 소율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계속 두문불출하다가(소율이가 나에게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고 했다), 삼 사일 전부터 호숫가를 뛰기 시작했다. 내가 없는 사이 보스턴은 이미 가을로 접어든 것인지 씽씽 부는 바람이 심상찮았다. 작년에 떨어진 도토리도 그대로 있는데 초록색 햇도토리도 몇 알씩 떨어져 있었다. 벌써 가을이 오면 안되는데... 아직 물놀이도 안해봤고, 제대로 놀러 간 적도 없단 말이다! 올해는 꼭 여름 운동복이랑 운동화도 사고 싶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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